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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은 이미 한국에서

by 권영은

“아 가기 싫어!”방콕 한 달 살기를 얼마 앞둔 새벽, 자다 깨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매주 열리는 촛불 행진도 가야 하고, 반도체클러스트니 반도체특별법 발의 등 반도체 자본에 사라질듯한 노동자안전 문제도 챙겨야지 초1 아이의 겨울방학은 다가오고 연말 모임은 늘어나고.


여기에 짐을 싸고 아이를 데리고 혼자 숙소 까자 가야 하니, 긴장과 부담이 컸다. 안 그래도 바쁜 연말에! 방콕에서 혼자 여행계획 짜서 가이드할 생각 하니 비행기를 안 타고 싶어 졌다. 방콕에 가지도 않았는데 돌아오싶었다.


이민 가거나 유학 간 이들의 극복기를 보고 한국음식 두둑이 준비하고 마침내 방콕 한달살이 숙소에 왔고 벌써 이주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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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글>-----

방콕에 온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갑니다. 긴 겨울방학에 들어간 아이 돌봄과 재택을 같이 하기 위해 이사하듯 짐 싸들고 왔습니다.


덕분에 10분 이상의 호텔 인근을 나간 적 없이 든든히 조식 먹고 아이는 아래층 영어캠프로 저는 로비로 노트북 들고 가면 점심때 만납니다.


간단히 점심 먹고 헤어져 아이는 영어수업으로 운동 또는 일하러 갑니다. 수영, 저녁 후 아이 숙제 봐주다 보면 알찬 하루가 지나갑니다.


엄동설한의 한국 상황을 생각하면 호사스러워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일 년 중 한 달은 분위기라도 쉬게 하고 싶습니다.


일할 때 나 운동할 때 한국뉴스 틀어놓고 이제나저제나 윤석열체포소식을 기다립니다.

주말엔 방콕 여행 한 번 가보려고요. 추위에 고생할 시민들을 멀리서 응원하며 소식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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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시차가 2시간 나는 덕에 오늘은 새벽 2시부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12시간 더 지났지만 해는 쨍쨍하고 아이는 수영하겠다 할 텐데... 자고 싶습니다.

아니 윤석열체포 축하파티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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