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할 때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러 가요!” 했더니 누군가 “큰 인연은 아닌 것 같은데요~ ” 한다.
28년 전. 대성학원 앞 뒤 짝꿍으로 한 4개월만 지냈으니, 큰 인연 아닐 수도. 몇 달 전 나만 빼고 만났는데 무척 반갑더라며, 농협 다니는 이는 덜컥 소고기에 이어 이번엔 쌀을 보냈다. 보험 하는 이는 남편의 보험을 상담을 이어가고, 영어 선생님이 된 이는 코로나 뒤 학교 분위기를 얘기하며 아이 학교 생활을 짐작케 했다.
결혼과 육아와 자신의 꿈과 현재를 나누다 다음엔 집에서 만나자 내가 제안하였다. 두부에 도너츠 후식 정도 하면서도 시끄럽고 번잡하고 이동하는 게 번잡게 느낀 거다.
한 번은 또 20년쯤 전 인연을 만났다. 뜨문 연락하다 논문 쓴다고 한 8년은 잠자코 있었단다. 해방촌에서 만난 인연은 요가도 하고 등산도 같이 가고 태백산 추위에 같이 떨기도 했는데. 비슷한 분야로 옮길 거라고 지원서를 봐달란다. 해방촌 자취방에서 파니 핑크를 같이 보며 담백히 고민 나눴던 우린 여전했고, ”뭐 달라지겠어 “했다.
또 27년 전 대학교 미술동아리 친구들을 만났다. 데이트하고 아이랑 함께 가고 또 혼자 시간을 보내던 아지트 같은 곳에서 만나자 했다. 조용한 데다 분위기도 근사한 곳에서 나 빼고 크리스마스를 잘 지낼 것 같아 조바심 났던 그때와 지금은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는 덤덤한 하루를 나누었다.
문득 보고 싶었고, 오랜만인데 편히 만났다. 핸드폰은 저 켠에 미뤄두고, 이야기는 5년 10년씩 점프하다 그냥 오늘을 나누었다. 여전하거나 달라지거나 거창하거나 소박하거나 크게 상관없이 “오늘이 반갑고 편하다”였다. 뭐 내일 또 봐도 되고 또 훌쩍 세월 지나 봐도 되고.
내 인생 중 몇 개의 변곡점인 시간들에 있던 이들이 한결같이 나타나선 “애쓰네” 했을 땐 든든히 위로되고, 나도 모르던 지점에서 눈물이 슬쩍 맺히기도 했다.
2025년 송년회.
마무리는 엄마아빠와 함께!
영원치 않을 걸 알아서 소중하고
그렇기에 덤덤하게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