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날 위로해 주나
여행 일주일 차. 슬리퍼를 신은 부분에 상처가 났다. 물에 담그니 따갑다. 리뷰가 좋아 전날 예약까지 하고 찾은 마사지집이다. 마사지는 평소 선호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위해 내 몸을 만져주는 서비스가 미안하고 불편했다. 불공정하고 불평등이라 여겨서. 차라리 요가가 좋았다. 내가 스스로 나를 챙기는 행위.
마사지가 유명하다는 태국에 일주일쯤 되니 여행의 피로와 한 번은 안 해보면 아쉬울 것 같았다. 요가도 찾아보니 당시 눈에 들어오는 게 없기도 했고.
빨간 물에 담가진 내 발. 내 밑에 앉은 마사지사. 스크럼에 발이 간질간질. 거기까진 괜찮았다. 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4층에 이르고 에어컨 바람이 너무나 센 곳에 덩그러니 있으니 춥고 고립감을 느꼈다. 내 몸을 만져주는 이가 트랜스젠더란 사실에 그러면 안 되는데 몸이 움츠러들었다. 너무나 살살이다. 세게 말씀드려도 변화가 없다. 5분 만에 미안하게도 마사지사를 바꾸었다.
두 번째 분은 좀 낫긴 했다. 그런데 맥을 정확히 짚어내진 못한다. 그러니 세게 할수록 나를 꼬집거나 짓누르는 게 된다. 시원함을 느끼긴 힘들고 한 시간 내 아프기만 할 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소문났겠다. 이번에 등장하신 분은 자신감에 차 있어 뭘 원하냐. 했다. 세더라도 맥을 정확히 짚어달라 했다. 난 한의사도 요가 강사도 아니지만, 평소 잘 짚어왔다. 압이 있어 남편이 눌러달라 조른다. 남편은 조몰락조몰락거리니 상호 마사지가 어렵기에 잘 안 해 준다.
정확히 딱 짚어준다. 강도도 세다. 이거다 하면서도 전체를 관장하고 강도와 심호흡을 조절하는 건 없다. 오로지 정석대로 꼭 꼭 누른다. 그것도 어디냐.
오른편으로 이르렀는데 내 근육들이 다 뭉쳤다. 이 분이 맥을 잘 짚어 누르든 아니든 상관없이 이미 너무 뭉쳐 근육을 푸는 게 급선무였다. 손이 지나칠 때마다 너무 아프다. 이 분은 아이 달래듯 어르는 소리를 내며, ”아프겠다. 미안하다. 힘들었겠다 “ 하신다.
근육 하나에 내 뭉친 스트레스가, 나 응어리진 감정이 나의 고단함이 떠오른다. 꼭 막힌 부분과 닫아버린 감정 등이...느껴진다. 함께 살펴봐주고 오일로 풀러 주는 이가 고맙다. 심지어 연대를 해 주는 것 같다. ‘너 아프구나. 아팠겠구나. 함께 풀어봐 줄게. 천천히’
내가 하는 일도 마치 이와 같았는데 얼마나 그들에게 반갑고 눈물 나는 일이었을지. 그러면서 감사의 말을 하지도 못할 켜켜이 쌓인 응어리였을지. 역지사지의 기분. 여행 와서 이런 시간을 갖는 나도 있지만 35도에 육박하는 한국에서 다방면의 투쟁과 연대를 하는 활동가가 많다는 거. 진짜 많으면 좋겠는데 그런 이들은 사실 한 줌이라는 거.
나도 노트북을 가져오고, 적지만 일을 해나가는 휴가지만 사안 하나가, 활동 하나가 그 의미가 작지 않고, 활동도 쉽지 않다.
이어 마사지를 받기로 한 남편에게 내가 받은 마사지사를 소개해준다. 세게 잘 받으라고... (코끼리 같았다고. 아팠지만 좋았다고)
다녀와 요가를 다시 검색했다. 숙소 4분 거리에 자세 교정 등을 하는 정평난 요가원이 있었네. 내일이면 숙소를 옮기는데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내가 내 몸을 살피는 요가, 배우기로 했다.
그게 활동과 나를 동시에 살피는 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