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학도를 위한 책 - Gambling On Development
이번에는 책을 추천해보고자 한다. 작년 뉴욕에서 만나뵌 UN 사무부총장 (United Nations Under- Secretary-General) Haoliang Xu와의 면담 중에 추천받은 책이며, 왜 어떤 국가는 경제 개발에 성공하며 어떤 나라는 성공하지 못하는지, 그 경제적/정치적인 특징을 분석하며, 개발 성공을 위한 필수 레시피를 강구한다. 경제발전의 요소는 국가마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 성공의 요소가 아닌 모든 개발된 국가의 공통적인 요인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다.
수년간 개발도상국에서 국제개발 업무를 하며 한번이라도 원조 피로를 느낀 사람이 있다면, 해당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해당 책을 통해 왜 DC의 IMF 나 세계은행에 경제학자들만 근무하는지, 그리고 왜 그들이 개발도상국 정책 입건에 함께해야하는지, 발전을 위한 거시 경제적인 관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영국 국제개발부 (DFID) 수석 경제학자 Stefan Dercon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하는 가장 큰 메세지는 이것이다. "중저소득국가의 엘리트들(정치, 경제적 특권층)은 사회발전을 이룩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더욱 큰 이득을 위해 자기의 현재까지 누렸던 이권을 포기하는 도박을 할 수 있어야한다." 이 도박이 성공하고 싶으면, 그 전에 사회가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능력들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믿을 수 있는 정치(credible, lasting, shared political committment), 공권력의 힘(capability of public administration systems, public servants), 그리고 실수 만회력(ability to correct course, ex-부정선거 시 쿠데타 등)이다. 이 세가지는 일단 모든 개발도상국->선진국의 테크를 탄 사회(대한민국, 일본, 홍콩, 싱가폴, 대만 등)가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작가는 이 세가지 특징을 도출해낸 후, 현재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 가능성을 점친다.
그럼 중국은 무슨 케이스일까? 중국의 경우에는 공산주의 정권의 엘리트들이 개발에 대한 도박을 하였으며, 이로 1971년 개발과 식량안보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줌으로서 믿을 수 있는 정권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또 중국과 반대되는 예인 - 공산주의가 아닌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권을 이어가는 가나에서도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현황을 예로 들며 정치의 형태는 발전 확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정권의 형태가 어떻든, 위의 레시피는 불변한다.
그가 엘리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기득권이 경제적 발전을 이룩함으로서 더 큰 이득을 이룰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며, 비폭력과 정치적인 견고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옳은 말하는 힘있는 골목대장에게 반박할 수야 있겠나.
작가는 개발도상국인 에티오피아나 콩고민주공화국처럼, 이상적인 개발 계획은 보유하나 침체된 발전 상황에 있는 국가들에 대하여, 해당 국가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해당 사회의 엘리트들이 거는 개발에 대한 도박이 부족해서라고 언급한다. 특히 에티오피아의 경우에는 막대한 ODA(국제개발원조)의 예산이 주입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인데, 외국의 관심과 투자에 비례하여 정작 국가 엘리트들의 개발에 대한 열망과 태도는 시큰둥하다. 실제로는 매우 유능한 거시 경제학자들이 사회 개발을 위해 힘을 써왔다. 콩고의 기득권층은 개발에 대한 관심보다는, 국가 내부의 기업과 국민들에 대한 공격적인 착취를 통한 이득 확보에 더 큰 관심을 두어왔기 때문에 실패하였다고 평가한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사회적 평화와 안정성 또한 발전의 레시피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권의 형태는 발전 확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사회적 엘리트(or 정부)의 역할은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이유는 정권마다 시행하는 '경제적인 합의 (economic deals)'의 기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Stefan Deacon은 결국 정치권은 힘이 있는 집단이 강탈하여 이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권(기득권)의 존재는 어떠한 상황이든 집단 내 경제적 차별과 불평등의 존재를 의미한다. 따라서 좋은 경제적인 합의라는 것은 한가지 방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다른 경제적인 합의 또한 무조건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이 집단 내 경제적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시켜 줄 수 있기에 옳은 방법인가에 대하여 작가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을 위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정부(기득권)을 지탱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기는 하며, 더욱 확실하게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만큼 돌아오는 개발의 가능성 또한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 능력에는 기득권 및 일반 구성원을 통제하고 지키는 동일한 법 및 체계이거나 일처리의 투명성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한 기득권과 구성원의 상호합의가 개발의 기회를 강화해준다.
경제학자 Amartya Sen의 말처럼, 디센트한 삶의 기준이 더 이상 빈곤을 정의하는 2달러가 아닌 'capabilities to live a life one has reason to value'가 되어야한다. 책에 의하면 모든 경제학자들은 2030년까지 아시아는 극빈층이 극빈한 상황을 벗어나는 정도는 지속될 것이고, 반대로 아프리카의 빈곤율은 (국가마다 상이하지만)동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빈곤을 벗어나기 가장 힘든 나라는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이며, 빈곤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가나 및 에티오피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나는 안정된 정권, 정책, 개발에 대한 의지 등으로 가난을 벗어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에티오피아는.. 현지를 가보니 돈이 많아 정작 기득권의 개발의지가 가나에 비해 부족했다. 개발협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기는 '너 아니면 말고' 의 태도가 있다고 한다.
COVID19로 인하여 빈곤을 결정하는 지표도 크게 움직였다. 코로나 역병 발생으로 2020년도에만 1억명의 인구가 다시 빈곤 대열에 들어섰다고 한다. 또한 감소하고 있던 여아 임신율 또한 정체되었는데, 이는 내가 현지에서 경험한 이유 - 학교의 셧다운으로 인한 임신 및 빈곤으로 인한 이른 결혼의 증가이다. 이에 비해 기상이변으로 인한 빈곤율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다.
어떤 기준이든, 확실한 것은 아시아는 분명히 아프리카보다 더 나은 발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고 이에는 위에 언급되었던 레시피가 확실하게 있었다는 것이다. 레시피를 요리하였던 방법과, 개발로 이어진 경제적인 변화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개발학도 및 경제학도에게, 해당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