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토리 Mar 14. 2020

칼 품는 마음으로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Fxxx"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입에서 욕이 나왔다. 잠은 잔 것 같지 않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머릿속에서 마치 내가 까먹을까 봐 알려주려는 듯이, 'project support'라는 단어가 뒤따라 떠올랐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더 더럽다. 


이건 모두 목요일 아침부터 시작된 일이다. 목요일 아침에 내 branch project manager인 C로부터 사내 채팅 망으로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I was told today that I will move to CH's branch from next Monday. Did you know about this?"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바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자기도 오늘 아침에 들었는데 부서 이동이 있다고 해서 좀 놀랐다, 그래서 혹시 내가 뭘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해 물어본다는 거였다. 그래서 일단 내게 맡겨놓으라고 하고 바로 내 위의 보스와 Project management 팀 담당 보스, 그리고 그녀가 옮기게 되었다는 branch 담당 CH에게 메일을 보냈다. 심플하게 두 문장으로. 이 소리 들었다, 사실이니? 

그랬는데 Project management에서 나와 급이 같은, 이메일에는 끼여있지도 않는 D가 해명의 메시지를 보냈다.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 미안, 담에 커피나 초콜릿이라도 사줄게, 너도 CH의 Branch 담당이던 Project Manager W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거 알잖아. 그런데 CH의 프로젝트가 요즘 윗분들한테 노출도 많이 되어있고, 그래서 빨리 그 갭을 메워야 하는데, 지금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네 Branch 담당인 C 밖에 없었어. 지금 새로 사람을 뽑고 있으니 아마 4주 정도만 견디면 새로 사람이 들어올 거야. 


그 메일을 읽고 있는데 피가 끓어오르는데 동시에 마음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또 한 줄로 대답했다. 


그럼 내가 다음 한 두 달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말든 신경 안 쓸 거지? 그리고 무슨 보고서 작성하라는 소리도 하지 마. 


그랬더니 또 뭔 긴 소리의 메일을 보내왔다. 결론은 "I understand it's not an ideal situation for you - I really do, but" - 네 입장 이해는 하지만 위에서 까라고 했으니 깐 거다. 끝. 


이게 벌써 3번째다. 잘 가르쳐서 적응시켜 놨더니 쏙쏙 빼가는 게. 그래도 이해해줬지, 그래, 이유도 다양했지만, 이해해줬어. 전체 Division의 안녕을 위한다는데 어쩔 거야. 그래도 정도가 있잖아. 그래,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맞받아서 폭탄 몇 개는 던져줄게. 


그리고 그렇게 폭탄을 몇 개씩 목요일, 금요일에 걸쳐서 다양하게 던져놨는데... 아무래도 내가 패한 것 같다. 그래서 아주 기분이 더럽다. 


영국에서 직장 생활 10년 차. 4번의 이직, 3개의 분야. 컨설팅 회사에서 대학, 그리고 지금은 공무원. 차근히 밟아 올라왔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산 넘어 산이다. 


남편은 "don't let it affect your personal feeling"이라고 말했지만, 그래, 이성적으로야 알지만 속에 쌓이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들은 어쩌지? (사실 사무실에서 열 받으면 한국어로 '와 미치겠네, 지랄한다' 그런 소릴 대놓고 - 그래도 나지막이 -  하긴 한다 하하;;) 


그래서 글을 쓴다. 영국 생활에서, 특히 직장생활에서 감정은 절제하는 게 좋다. 그래서 나는 아마도 월요일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또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가슴속에는 '너 이 시키 두고 보자'하는 칼을 품고서도. 

그래서 그 칼 품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독한 여자의 영국 직장 생존기,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나의 과격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기 때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