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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Jan 07. 2020

2020 첫 출근.

내 짝지가 사라졌다.

회사 동료란, 가족 혹은 애인보다도 같이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은 존재다. 회사생활 6년 차로 접어든 시점에 돌아보면 나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때로는 말투나 성향까지 닮을 만큼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내 삶에 스며들곤 했다. 늘 좋은 영향만 있으면 해피엔딩이련만.


회사라는 영역을 넘어 사사로운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순간은 아마도 비극의 시작일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이 어렵지, 그 영역을 넘은 순간 사심은 (특히 나처럼 정에 약한 경우는 더더욱) 눈 깜짝할 새에 퍼져나간다. 관계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난로처럼 대하라는 말을 이마에 새기고 다녀야 할 지경이다.


가까이 지내다 보면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지고, 이는 곧 실망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몇 번의 경험 끝에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마음이란 것이 언제부터 여는 것보다 닫는 게 어려운 것이 되었는지. 게다가 열린 마음을 닫지 못해 생긴 화는 오롯이 내 몫임은 마주할 때마다 쓰라리다.


 "2021년 5월에 만나, 우리"



콩콩 발차기해대는 볼록한 배를 안고 옆에 앉아서 재잘대던 짝지가 1년 반 뒤의 약속을 남긴 채 떠났다. 늘 그랬듯 일상은 일렁임 하나 없을 터라 나 역시 아무 일 없을 줄 알았다. 바보였다. 셋이서 함께 나누던 무게를 둘이서 감당하려니 힘든 건 당연한 건데. 나에게 함께하는 시간이란 마음을 나누는 양에 비례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일은 어딜 가나 비슷하니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른의 내가 앞으로 채워나갈 다이어리 맨 앞에 적은 말은 '내려놓기'. 하지만 1월이 밝자마자 '회사에서 홀로 서기'라는 미션으로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중이다. 사람 관계에 대한 욕심도 일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나 스스로를 응원한다. 퇴사를 고려하는 이유 중 1등이 아마 [동료의 퇴사]였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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