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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Jan 16. 2020

나 서른이야?

서른은 누구에게나 온다.

첫 직장에서 만났던 서른의 대리님은 뭐든 다 알고 있는 어른 같았다. ‘대리’보다 ‘서른’이 꽤나 대단해 보였고, 나에게는 영원히 오지 않을 줄만 알았다. 아니 근데, 내가 서른이라니? 삼십대의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서른? 별거 없어! 였다. 어떻게 별게 없다는 거야, 내 나이에 3을 달았는데! 2019년 12월 31일은 한파주의보가 내릴 것 같이 유난히 추웠지만 마지막 이십대라는 이유로 코트도 꺼내 입고, 안 마시던 술도 한잔하며 보냈다. 사실 코트도, 맥주도 가는 시간을 잡을 순 없을 텐데 말이다.


“스물여섯 쯤 결혼을 하고, 한 2-3년? 신혼 생활을 즐기는 거야. 그러고 서른이 되기 전에 아기를 갖는 거지!”

무려 열아홉이 되던 순간까지도 열심히 말하고 다녔던 나의 미래였다. 세상을 모르던 아이의 대찬 포부였었다. 서른이 된 나는 계획했던 미래의 그 어느 구석도 이뤄내지 못했다. 대신, 열아홉 무렵에는 알지 못했던 나의 적성을 찾았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그리 쓸모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나와 함께 하는 누군가에게 꽤나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와 같은 팀원의 제작물에서 나의 색깔이 보일 때면 잘 따라와 줌에 대한 고마움과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불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서른이 된다한들 변하는 곳 하나 없다고 생각했는데, 찔끔찔끔 변하고 있음을 느낄 때마다 괜찮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훌륭한 어른보다도 어려운 꿈이 괜찮은 어른이구나 싶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괜찮은 하루를 보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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