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살기로 결심하다.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와 닮아있다.

by mintree

새해가 되자마자 괜히 여기저기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정리해서 팔 책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꽤 상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6권을 7,400원에 팔고서, 간만에 책 쇼핑을 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입맛도 취향도 변한다더니 책 취향도 변했다. 예전에는 에세이만 샀었는데 요번엔 웬일로 소설이 마구 땡기지 뭐람- 얼마 전 TV에서 김미경 강사님이 인생 책으로 연금술사를 추천하셔서 사려고 봤더니 하나도 없었다. 한 다섯 권은 있을 줄 알았는데 다 같은 프로그램을 본 걸까..!ㅋㅋㅋㅋㅋ아쉬운 마음에 연금술사 작가님이 쓰신 다른 책이랑 소설 한 권, 디자인 서적 한 권 총 세 권을 데리고 왔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제목은 익숙하게 많이 들어봤는데 왜 여태 읽을 생각조차 안 했던 걸까! 다음날 바로 읽기 시작했고 그다음 날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렇게 빠져들어서 읽은 책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지금을 기록하고 싶어서 브런치를 켰다.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한 여자가 죽음 앞에서 얼마나 삶이 간절해지는지에 대해서 그 마음의 민낯을 본 느낌이랄까.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아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그 시간을 끊어내고자 했음에는 얼마나 큰 결심이 필요했겠으며, 살고자 하는 욕망 앞에서 그 결심은 꺾이게 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로니카는 서점에서 시선 강탈하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 제목이 생각나는 여자였다.


죽음을 시도하였고 끊이지 않은 숨에 눈을 뜬 곳이 정신병원이다. 그곳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을지언정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본인의 의지에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병원 밖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룰이 있었다. 그 속에 뒤섞여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베로니카를 보면서 어쩌면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은 미친척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나처럼 매사에 생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숲에 똑같은 잎은 단 하나도 창조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부인은, 부인이 다르다는 걸 미친 걸로 생각하죠. 그래서 빌레트에서 지내기로 작정하신 겁니다. 여기서는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부인은 모두와 닮아 있는 겁니다. 이해하시겠어요?”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나를 위한 말들이 있었다.

'이 시국에 어딜 퇴사를 해.. 회사에 꼭 붙어서 돈 벌어야지'

'나는 못하지만 퇴사하는 너는 멋있다~ 잘할 거야'

다양한 말들을 들으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가고 있는 건지에 대한 회의감이 이따금씩 들었다.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구나 싶다.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와 닮아 있다.

오늘 다이어리의 마지막 문장은 이 말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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