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볼 성애자입니다.

by mintree

나의 최애 계절이 무엇이냐 물으면 한시도 망설이지 않고 '가을'이라고 답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 크지 않은 내 물건의 지분 중 개수로 1등 먹는 것은 '스노우볼'이다.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 스노우볼은 왜 그렇게 좋은지 사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꽤 오랜 시간 사모으다 보니 종종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지, 의무감 같은 종류의 감정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렇지만 거꾸로 들고 휘리릭 흔들어서 내려놨을 때 사르르 떨어지는 그 눈발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은 변치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눈 오는 날의 순간은 통유리의 어느 실내에 내가 앉아있고 밖에 작은 눈송이들이 바람에 마구잡이로 휘날리는 풍경이다. 그땐 꼭 내가 스노우볼 안에 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무언가 끄적이고 싶은데 글감이 생각나질 않던 찰나에 컴퓨터 책상에 놓인 스노우볼이 눈에 띄었다. 크리스마스 색감과 요소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를 '크쟁이'라고 부르는 친구가 퇴사 선물로 준 것인데 루돌프와 크리스마스 리스가 있고 눈 속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손을 흔들고 있다. 거꾸로 뒤집어 들고 태엽을 감아두면 음마다 예쁜 오르골 소리도 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유 없이 마음이 몽글해진다.


KakaoTalk_Photo_2020-12-08-16-00-44.jpeg 크쟁이를 위한 맞춤 퇴사 선물


눈발이 크지 않고, 안에 공기방울이 없으며, 눈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눈의 양이 적당한 나의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이 스노우볼은 매일 하루에 두 번씩 뒤집히고 있다. 동그란 유리 속 세상은 늘 겨울이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 온도가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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