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계절이 무엇이냐 물으면 한시도 망설이지 않고 '가을'이라고 답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 크지 않은 내 물건의 지분 중 개수로 1등 먹는 것은 '스노우볼'이다.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 스노우볼은 왜 그렇게 좋은지 사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꽤 오랜 시간 사모으다 보니 종종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지, 의무감 같은 종류의 감정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렇지만 거꾸로 들고 휘리릭 흔들어서 내려놨을 때 사르르 떨어지는 그 눈발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은 변치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눈 오는 날의 순간은 통유리의 어느 실내에 내가 앉아있고 밖에 작은 눈송이들이 바람에 마구잡이로 휘날리는 풍경이다. 그땐 꼭 내가 스노우볼 안에 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무언가 끄적이고 싶은데 글감이 생각나질 않던 찰나에 컴퓨터 책상에 놓인 스노우볼이 눈에 띄었다. 크리스마스 색감과 요소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를 '크쟁이'라고 부르는 친구가 퇴사 선물로 준 것인데 루돌프와 크리스마스 리스가 있고 눈 속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손을 흔들고 있다. 거꾸로 뒤집어 들고 태엽을 감아두면 음마다 예쁜 오르골 소리도 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유 없이 마음이 몽글해진다.
눈발이 크지 않고, 안에 공기방울이 없으며, 눈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눈의 양이 적당한 나의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이 스노우볼은 매일 하루에 두 번씩 뒤집히고 있다. 동그란 유리 속 세상은 늘 겨울이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 온도가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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