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해는 다이어리를 사는 일로 시작된다. 2007년부터 써온 다이어리는 올해로 14권째를 기록하고 있다. 가끔 사실은 꽤 종종, 쓰기 귀찮은 날도 있고 며칠씩 미뤄두기도 한다. 14권 중에 어떤 다이어리는 반 이상이 비어있기도 하고, 형형색색 화려하게 꽉 찬 다이어리도 있다.
아마도 그 해 나의 색도 그러했을 것이다.
꽉 차서 다물어지지도 않는 다이어리는 내 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던 해였고, 텅 비어버린 한 권은 아빠를 멀리 떠나보내야 했던 한 해였다. 글로 쓸 수 조차 없었던 감정들의 시간은 아무것도 기록되지 못한 채 흘러갔다. 혹은 그 감정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날은 그저 pm7:14만 적어두어도, 굳이 풀어두지 않아도 잊을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말보다 침묵이 더 큰 힘을 가질 때도 있다고 했던가.
올해 내 일기의 목표는 '사건보다 감정을 많이 기록하기'이다. 어딜 갔다-뭘 먹었다-무엇을 봤다- 와 같은 시간의 흐름보다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더 소중해진 것이다. 실제로 고등학생 때 다이어리는 친구와 학교에서 뭘 했는지만 가득했고 작년의 다이어리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비중이 꽤 많아졌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대한 감정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나는 '아쉬움'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유난히 지난 시간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 마음은 다이어리를 계속 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지금 내가 가진 이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새겨두는 셈이다. 매해 연말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이어리를 고르고, 새로 쓰기 위해 새해를 기다리는 이 연례행사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자는 시간을 5분 줄여서라도 일기를 쓰고자 하는 이 마음을 지키고 싶은 이유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올곧아야 주변도 탄탄해진다는 것을 알고 나를 지키기 위함이다. 다이어리야, 나에게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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