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작고 여려서 소중한 우리 여름이, 처음 널 만나러 갔던 날
혼자서 발랑 뒤집어져서 배를 까고 우리를 쳐다보던 그 모습이 잊히질 않아.
심장도 귀도 선천적으로 좋지 않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데려왔으니 우리 집에 올 운명이었겠지.
누나보다 먼저 떠날 줄 알고 데려왔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이별할 줄 몰랐네.
그럴 줄 알았으면 간식도 좀 더 주고, 나중에 하고 미루던 고기도 한번 줘볼걸 싶다.
심장이 안 좋아서 고기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길래 여름이랑 오래 함께하려고 그랬지.
다른 집 친구들은 많이 먹는 그 흔한 삼겹살 한번 못 먹이고 보냈네.
휘청거리던 그 날 병원에 데려가서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하길래
작은 누나 생일날 같이 축하해주려고 조금 일찍 날을 잡았고,
집에서 엄마랑 누나들은 여름이 사진이랑 영상만 보면서 하루하루 지냈는데
여름인 좁고 무서운 입원실에서 우리가 너무 보고 싶었나 보다 그치.
그렇게 무서운 줄 알았으면, 이렇게 갈 줄 알았으면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해도
한 번만 보러 갈걸 그랬다.
입원해있는 동안 얼마나 무서웠니, 미안해 누나가.
3년도 안 되는 시간이 심장이 좋지 않은 여름이에겐 어쩌면
길고 길게 버텼던 시간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이제 안 아플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안심이 돼.
그래도 여름아, 조금만 더 함께 있어주지 그랬어.
여름이 주려고 사둔 새 옷도 입어보고,
우유도 다 마시고, 새로 사둔 간식들도 다 먹고
그렇게 천천히 누나 옆에서 눈감아주지.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무지개다리 너머에서는 누나 말도 다 알아들을 수 있다더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옆에 없길래 안방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여름이가 우리 집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에 목놓아 울면서 하루를 시작해.
누나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안 놀아주는 게 싫어서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그렇게 거실로 오라고 깡깡 짖던 그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아.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게 누나를 불렀다는 걸 알았으면
여름이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백번이고 천 번이고 안아줄 텐데 미안해.
수술실에 두고 나올 때 목이 찢어져라 부를 때 한 번만 더 안아주고 올걸 미안해.
형아가 보러 갔을 때 전화해서 누나 엄마 목소리라도 한번 들려줄걸 미안해.
사실은 세상에 무서운 게 너무 많았던 건데 짖는다고 혼내서 미안해.
간식도 듬뿍듬뿍 주고 살걸,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너무 많이 미안해.
누나가 많이 미안해할게, 여름이는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다리 건너자.
여름이 가는 길 잘 찾아가라고 형아가 큰 꽃다발도 줬잖아 그치.
길 잃지 말고 꽃길로만 잘 찾아서 행복한 길로 가야 해.
여름이는 아빠를 본 적 없지만 똑똑한 우리 아가는 아마 한눈에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빠 품에서 함께 조금만 살고 있으면 누나도 나중에 여름이 만나러 갈게.
좋은 기억 많이 줘서 고마워.
예쁜 무지개 속에서는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엄마가 그리고 누나가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
여름이가 이제 심장 안 아픈 곳으로 보내주려니까 누나가 너무 많이 아프지만
그래도 우리 아가 아프지 않으면 누나가 대신 아플게.
폰에 여름이 사진밖에 없지만 그래도 더 많이 찍어둘걸 싶다.
벌써 이렇게 보고 싶어서 어떡하지
누나한테 사랑만 주다간 우리 아가 너무 고마워
많이 사랑해 누나가, 사랑해 여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