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너로 인해

by mintree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누구든, 어떻게든 처절하게 아프다. 원할 때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저려오고, 지구 끝까지 찾아도 더 이상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마다 시리다. 언젠가 헤어질 거라는 것을 알았고, 나보다 빨리 떠날 거라는 것도 알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별에는 늘 미련이 남는다. '조금만 더'라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차 버린다.


아주 긴 하루 삶에 지쳐서 온통 구겨진 맘으로
돌아오자마자 팽개치듯이 침대에 엎어진 내게
웬일인지 평소와는 달리 가만히 다가와 온기를 주던 너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더 울게 될걸 알지만 울 때는 우는 게 좋다며 추천해준 노래의 한 구절에서 나는 몇 번을 되뇌었다. 집 곳곳에서 여름이의 모습들을 마주하는 것이 어려워 집을 나서고, 맛있는 걸 먹다가도 내가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부딪히곤 했다. 그 마음은 순식간에 나의 기분을 사로잡아 먹구름을 드리웠다. 잠들기 전에는 여름이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눈앞에 선했고, 문득 떠오르는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들은 결국 죄책감이 되어 돌아왔고 미안한 마음만 남았다.


여름이와 함께한 2년 반의 선물 같은 시간이 어두운 마음 아래 짓눌려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했고, 의식적으로 그 시간들을 건져 올려야 했다. 그 기억이 빛이 나도록 지켜주는 것은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알려준 존재에 대한 마지막 약속인 것 같이 느껴졌다.


강아지별로 보낸 날부터 며칠 동안 계속 비가 왔다. 하루는 모니터 가득 여름이사진을 띄워놓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자 주절주절 여름이에게 못다 한 말들을 쏟아냈다. 사실 어떤 말을 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여름이 똑똑하니까 아빠 잘 찾아가 봐, 아마 예뻐하실 거야. 아빠 품에서 조금만 놀고 있어, 나중에 만나자 우리. 누나가 미안해, 많이 사랑해.'라는 말을 한 순간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추는 걸 보고 여름이가 들은 것만 같아서 더 울었다.


그 순간 이후로 여름이의 사진을 보는 것이 조금씩 덜 아파왔다. 인스타 피드에 강아지 사진을 마주하는 것조차 아팠었는데 가족들과 여름이를 처음 데리고 온 날부터 되짚어볼 수 있을 만큼 많이 괜찮아졌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도 해본 적 없었는데 어언 10년 사이 많은 이별을 지나오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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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아, 누나는 너를 보낸 순간부터

무지개다리 너머 그 언저리에

행복한 곳이 있다는 걸 믿기로 했어.

그러니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잘 지내:)

사랑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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