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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Feb 08. 2021

결혼 준비, 원래 이런 건가요?

오늘 기준 3년 반의 연애를 하고 있는 우리는 천천히 준비해서 2021년쯤에 결혼을 하자고 늘 말해왔다. 21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모르고..ㅎ 지난 주말에는 백화점에 가서 서로 집에 인사 갈 때 가져갈 선물을 예약해놨고, 다음 주말에는 웨딩홀 상담을 예약해놨다. 사실 아직도 실감은 안 나지만 묘한 기분이 든다.


아빠가 떠난 그날 이후로 나와 우리 가족이 가장 마주하기 어려웠을 날은 아마 나의 결혼식이지 싶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다들 당연하게 아빠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결혼식이 불가능한 일이었고,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약속한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마음 한가득 짐이었다. 셋이 똘똘 뭉쳐 잘 살아보자던 그 약속을 내가 깨트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나보다 더 가족들에게 웃음을 많이 줄 여름이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여름이마저 먼저 떠나버리고 나니 그 죄책감은 배가 되어 억누르는 느낌이다.


원래 결혼이라는 게 남들도 이렇게 무거운 마음이 드는 것일까 싶다. 메리지블루라는 말을 들어는 봤지만 그 말이 이렇게 무거운 무게일까, 그렇다면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내 삶이 무너질 뻔한 몇 번 동안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고, 그 순간마다 나만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은 원인 모를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럴 때마다 '네가 행복해야 웃음을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그 기운을 줄 수 있지'라며 다독여주던 그가 동반자가 된다는 사실이 싫어서가 아니다. 결혼이 싫어서라기에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행복하게만 살아라.

예식장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낸 날 저녁, 엄마가 나를 안고 해준 말이다. 그 검은 그림자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마음을 안아주는 듯했다. 남편을 보내고 항암까지 버텨온 엄마가 나에게 아린 기억이듯, 엄마에게 나도 어린 나이에 아빠를 여의고 엄마의 아픈 시간까지 보내온 딸이 아린 마음일 테다. 이 집에서 떠나 서울살이를 했던 시간이 7년, 다시 돌아온 시간이 이제 고작 4년째인데 내가 없는 엄마와 동생 그 둘의 시간이 상상도 되지 않는다.


남의 결혼식장에서도 신부 입장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한 나는 내 결혼식에서 울지 않을 자신이 없다. 벌써부터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내가 울지 않아야 엄마도 동생도 울지 않을 거란 걸 잘 알면서도 울면서 입장할 것 같은 싸한 느낌이 든다. 내가 해야 할 결혼 준비의 첫 번째는 아마도 울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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