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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Jan 07. 2021

겁보쫄보의 일기

결혼도 하기 전에 육아 걱정하는 얼리걱정러

서른을 넘어가니 주변에 미혼보다 기혼이 많고, 둘보단 셋이 된 친구들이 많다. 가까운 지인의 아기를 볼 때면 너무 귀여움과 동시에 출처 모를 두려움이 따라온다. 아직 결혼도 안 해놓고, 덜컥 육아가 무섭다.


동생과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다 보니 내 인생에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형제자매(잘 지내왔다는 가정 하에) 구나 싶었고 이 생각은 '난 아기는 적어도 두 명은 낳고 싶어.'로 이어졌다. 친구네 남편은 농담으로라도 우리 축구팀 한번 만들어 볼까! 한다지만 매 순간 이상보단 현실에 가까운 내 남자 친구는 '한 명만 낳아서 온전히 사랑만 주기에도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벽이 많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처음엔 그 말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의견에 나도 끄덕이게 되었다.


육아가 마냥 분 냄새나는 핑크빛만은 아니라는 게 머지않은 미래에 결혼을 꿈꾸고 있는 예비 기혼자, 그리고 아기를 안 낳을 생각은 없는 예비엄마인 나에게 문득문득 다가왔다. 하나도 채 어린데 둘이나 덜컥 생겨버려 입덧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 친구의 전화는 안쓰러웠고, 똑 부러지게 일을 잘하던 회사 동료가 육아휴직 후 복귀에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은 내 일을 정말 사랑하는 나를 주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임신이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고 또 원한다고 다 얻어지는 것도 아니라지만, 일생일대 최고의 책임감이 생기는 순간이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맞이해야 한다는 것에는 남자 친구도 나도 동의한다. 요즘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육아법 같은 콘텐츠들을 괜히 읽게 된다. 그러던 중 김미경 강사님의 말은 내 마음에 푹 꽂혔다.


학교가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이 10% 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라며 내 귀를 집중시켰다. 아들이 그 10%였고 결국 자퇴를 한 아들은 4시에 일어나서 나갔다가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오곤 했는데 강사님은 그 시간에 맞춰서 김치찌개를 끓여 아무렇지 않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남들은 9시에 나가서 6시에 들어오니까 아들에겐 새벽 2시가 저녁이었고, 괜찮다고 해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자식이 지하 10층으로 꺼지면 부모는 지하 11층에 있으며 늘 한층 아래에서 자식들을 응원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들을 응원하다 보니 자기 몸 하나 챙길 줄 아는 성인이 되었다며 그걸로 만족하신다고 하셨다.


부러진 나무는 반드시 다른 쪽을 가리켜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름이라고 생각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 내 새끼를 볼 때면 조바심에 더더욱 어렵지 싶다. 미래의 내가 마음에 담고 살았으면 해서 새겨두기로 한다. 비단 자녀에 국한되는 말은 아니리라. 가족 누군가, 사랑하는 누군가, 혹은 나 자신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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