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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Dec 28. 2020

사는게 꽃 같아.

종종 이래요, 생각에 빠진답니다.

종종 어떤 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밑도 끝도 없이 마구 파고들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시기.

이번에는 또 '사람이 너무 허무하게 죽는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지고 말았다. 누군가 보기엔 꽤 위험해 보일 수도 있다. 이 생각이 어떠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생각의 회로에 갇힌 기분이다.


누군가는 돈을 벌다가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본인의 삶을 비관하여 떠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녀올게'라는 인사를 끝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따스한 손길을 그리워하며 차디찬 바닥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2년 반 정도 전이었을까, 첫 출근한 지 일주일쯤 되던 어느 날이었다. 매번 일찍 오던 한 언니가 그날따라 출근이 늦었고, 출근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아 모두가 의아해하던 순간 어딘가에서 '설마..' 하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분이 매일 아침 타고 다니던 버스가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보았고, 그때부터 온 직원이 분주히 그 언니의 소식을 알기 위해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연락을 취했다.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환자가 이송되었다는 병원에 연락을 해보기도 하고, 혹여나 늦잠이라도 잤길 바라며 집에도 연락을 했으나 결국 그 언니의 이름이 발견된 곳은 어느 한 병원의 사망자명단이었다. 처참한 현장에 얼굴을 채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다쳤지만, 아버님은 딸내미의 손이 맞았다며 회사로 전화를 주셨고, 그 전화에 모두가 한참을 울었다. 


딱 네 번 얼굴 보고 한 공간에서 숨을 쉬던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했고, 대화는 열 마디도 채 나눠보지 못한 사이었다. 그렇게 슬펐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었겠다. 여느 날과 같이 '다녀올게'라는 아침 인사로 출발했을 테고,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듣던 출근길이었을까.. 사고가 나서 피를 흘리던 그 순간에도 구급차가 오면 나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을까.. 이게 자신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했었을까.. 하는 온갖 생각에 빠졌고 너무나도 허무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마치고 바로 조문을 갔고, 그다음 날 언니의 책상 위에는 하얀 꽃다발이 놓였다. 


어느새 내가 그 언니의 나이가 되고 보니, 정말 꽃봉오리도 맺지 못하고 떠났겠구나 싶어 서글퍼진다. 언제까지 삶을 살겠다고 정해놓고 사는 이는 없다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 죽음이라는 것 앞에서 무엇을 위해 그렇게나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싶다. 


그러면서도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에 힘입어,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곤 한다.

그저 후회 없이 살자,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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