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계획일 뿐
2년 8개월이라는 회사생활을 끝내면서 가장 기대하고 기다렸던 것은 바로 유럽여행이었다. 대학생 때부터 나의 로망이었던 유럽을 드디어 간다는 생각에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동생과 단둘이 떠나는 첫 여행! 퇴사가 실감나서 싱숭생숭 해질 때마다 여행을 떠올리고 위시리스트를 하나하나 채워가며 마음을 달래곤 했었다. 이 설레는 마음은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휴학을 하고 가장 첫 계획이었던만큼 나보다도 더 열심히 위시리스트를 채워나갔고, 우리는 그렇게 떠나기 직전까지 준비를 마쳤다. 영국에 있는 친구에게도, 이탈리아에 있는 이모에게도 우리의 여행을 알리고, 이제 캐리어를 싸는 일만 남았다!
인생에 있어서 계획은 역시 사치인가요
떠나기 일주일 전 우리는 엄마의 암선고를 들어버렸고 이틀을 밤낮으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여행을 취소하라는 압박의 전화를 수없이 받아야했다. 이미 코앞으로 다가온 이 타이밍에 우리의 여행을 어떻게 하는 것이 서로 마음의 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수백만원의 수수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그래도 다녀오라는 엄마와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마음의 여행일 것이 뻔한 우리의 선택만 남았다. 아마 텔레비젼이나 페이스북 피드에서 유럽풍경이 보일 때마다 우리는 마음이 쿡쿡 찔리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마음의 짐을 굳이 몇백만원이나 주고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나는 안가는 쪽으로 결정을 했고 동생은 많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너무나도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몇달의 준비기간을 거쳐 햇반까지 캐리어에 챙겨두었던 유럽여행을 취소해야했고 그렇게 보호자의 역할에 전념하였다. 부르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척척 찾고 구하고 만들어야했다. 그렇게 벌써 4개월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끝을 알 수 없어서 아마 더 길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나는 여전히 유럽여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그 미련은 취업을 막아서고 있었다.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회사에 합격을 했는데도 내 인생이 우선일 수 없는 지금의 나는 두고두고 후회할 선택을 해야만 했다. 사실 콕 찝어 유럽이라기보다 퇴사할 때 나름대로의 인생계획을 세웠으나 하나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일 것이다. 3년의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한량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았건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전부 무산이 되고 말았다. 이쯤되면 나의 앞길을 위해 포기해야하는 것이 맞겠지만 언제쯤이면 쿨하게 무언가를 포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나는 아직도 많이 어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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