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매력적인 로컬공간 zip
'공주'하면 다들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실까요? 사실 전 이번 여행 전까진 '딱히 없었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 엄마아빠세대까진 공부 잘하는 애들이 가는 교육도시로 인식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도 교대나 사범대 등 유명한 학교들이 있긴 하지만, 이젠 교육을 생각하면 대치동이나 서울이 먼저 떠오르지 공주가 떠오르진 않는 것 같습니다. 공주는 공교육이 강했던 곳인데 사실상 공교육보단 사교육에 훨씬 큰 관심이 있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말이죠.
모쪼록 그 영향으로 공주는 한 때 인구의 1/3이 학생일 정도로 학생들이 넘쳐나는 지역이었다고 해요. 그만큼 젊고 활기찬 동네였단 말로도 들려요. 이젠 학생들이 주는 생동감과는 다르지만, 또 다른 움직임이 공주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해요. 약 10년 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작은 하천인 제민천을 중심으로 공주 원도심을 천천히 바꾸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는데요. 이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공주를 찾아봤습니다. 공주는 2박3일 동안 있던 곳이라 쓸 말이 조금 많아서 2탄으로 나눠서 이야길 해보려고요!
우선 이번편은 제가 직접 방문한 제민천변의 매력적인 공간들을 소개할 테니 핀 찍어놓을 준비 해두세요 :D
공주에 도착하자마자 방문한 곳은 그림 속 공간인 루치아의 뜰이란 찻집입니다. 사실 찻집보단 차문화공간이란 소개가 더 정확한 것 같아요. 사장님께서 10년간 차를 공부하신 후 지금은 다도클래스가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차종류가 다양하고 이색적인 것들이 많았답니다. 보시다시피 집에 사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예쁜 찻잔들도 많았고요
이곳을 가장 먼저 들른 이유는, 사장님 내외께서 제민천 재생의 선봉장 같은 역할을 하셨기 때문이었어요. 지금은 제민천 주변에 예쁜 카페, 책방, 소품샵 등 다양하게 있지만 부부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우범지역이기까지 했다고 해요. 찻집 건물도 우범골목 끝에 있는 50년 이상의 구옥이었고, 약 3년간 폐허로 남겨졌던 공간이에요. 지금의 건물은 그 뼈대와 앞마당을 살려 찻집으로 업사이클링한 것 이랍니다.
제민천에서 루치아의 뜰로 들어가는 길엔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이란 표지판이 보여요. 찻집 오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님께선 주민참여 프로젝트로 도시재생활동을 제안하고 선정되었다고 해요. 그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공주풀꽃문학관이나 각종 공주단체에서 활동하시면서 공주 원주민 못지않게 공주를 아끼고 계시는 것 같아요 :)
공주에 대해 생각나는 키워드가 없다고 말씀드렸긴 했지만, 그것만은 알고 있죠.. 밤! 공주밤은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과연 공주 현지에선 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았답니다. 왜 어렵지 않았냐고 물어보신다면, 웨이팅을 할 만큼 이미 유명한 공간이었기 때문이에요!
심상치 않은 느낌의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진 이곳의 이름은 망중한. '忙中閑, 바쁜 가운데 잠깐의 틈'이란 이름과 원목의 따뜻한 느낌이 잘 어울렸어요. 수제 밤아이스크림, 밤 휘낭시에, 밤 아포가토 등의 메뉴에 공주밤을 활용하고 있었어요. 말차와 밤을 결합한 '금강 테린느'란 디저트는 사장님이 좋아하는 금강의 한 장소를 떠올리며 만든 메뉴라고 해요. 어딜 가도 먹을 수 있는 음료 말고, 공주였기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소개할 카페는 공주산성시장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랍니다. '공주카페 요새 여행자센터'예요. 샛노란 외관에도 시선이 갔지만, 여행자센터라? 시장 한편에 마련된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 과연 어떤 곳이고, 왜 생겼는지 등 너무 궁금해져 버렸어요. 월요일은 정기휴무라 이튿날 아침을 먹고 첫 손님으로 가게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입장하고 보이는 광경은 여느 카페와 같았어요. 주문 후 찬찬히 구경을 하니 벽면 한편엔 공주 관련 각종 단행본, 공주산성 행사 리플렛, 커피굿즈 등을 볼 수 있었어요. 이때 본 자료 중에 산성상권 근처의 수상할 정도로 많은 맨홀에 대한 글이 있었는데 별건 아니었지만 아직도 기억이 나요. 지금은 제민천이 작은 내천에 불과하지만 옛날엔 비가 많이 오면 금강과 제민천에서 역류한 물로 그 일대가 수몰되기도 했다고 해요. 지금은 건물들로 차있지만, 예전엔 수몰지역들이 거의 다 논이었고, 그 많은 맨홀들은 옛날 논들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알쓸신잡스런 정보들은 여행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전 대환영합니다!
또 이곳은 백일 후 나에게 쓰는 편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었어요. 무료로 편지나 엽서를 써서 100일 후에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한 달도 안 지나서 도착했더라고요? 괜히 바로 보긴 머쓱해서 아직 서랍에 넣어놨습니다. 카페 공간 옆에선 자그마하게 타로점을 봐주는 방도 있었어요. 선생님이 어디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삼아 해볼만한 것 같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여행자센터 요새는 편지카페, 라이브커머스룸, 라디오방송국이 들어선 공유가게로 만들어진 곳이래요. 아무래도 타로공간이 라디오룸으로도 활용되기도 하나 봐요! 공주산성상권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상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공주 로컬푸드를 사용한 메뉴들도 있고 하니, 개인적인 생각으론 여행하다 시간이 뜰 때 혹은 산성시장에서 식사를 한 후에 한 번쯤 들려서 매거진구경도 하고 쉬었다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사견을 덧붙이자면, 여행자센터인 만큼 공주시 매거진들 말고도 공주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매거진이나 창작물들을 공유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자센터에 이어 이번엔 여행책방을 와봤습니다. 브런치지도에는 여행책방이름인 '공주로'가 등록되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곳은 부부가 공유하며 사용하는 공간인데, 아내분은 여행책방 공주로를 남편분은 여행사 오펀데이를 운영하시고 있어요.
제민천변은 특이하게도 독립책방이 생각보다 많은데,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모두 둘러봐도 지겹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중에서도 국내여행을 좋아하고 마침 여행으로 이 동네를 발견한 저로선 여행책방은 참새가 방앗간에 안 들르는 격!
완전 주택가의 단독주택 2층에 있길래 여기가 맞나? 하며 갸웃갸웃하고 있었더니 책방사장님께서 여기 맞아요! 하면서 반겨주셨어요. 찾아오기 힘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커피까지 주시고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공주여행, 로컬여행, 국내여행, 해외여행 등 여행에 관련된 다양한 테마의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어요. 요즘 지역 매거진에 관심이 있는데, 처음 보는 매거진도 알게 되었답니다.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면 바로 공주미! '공주미'는 이곳의 마스코트 캐릭터예요. 사장님께서 책방운영뿐 아니라 매거진제작, 공주 큐레이션 인스타운영 등 굉장히 여러 가지 업무를 하고 계셨어요. 여러 가지 사부작 거리는 거 좋아하신다며 유쾌하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인스타그램 @gongju_ro 에 가보면 공주미가 알려주는 공주의 매력적인 공간들이 많아서, 여행하시는 분들께 정말 많은 도움 될 것 같아요. 궁금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질문 주시라는 말씀에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오래된 큰 건물에 대해 여쭤봤어요. 문광사학생백화점이란 오래된 간판으로 보아 역사가 있는 공간인데 지금은 마냥 유휴공간인 건지 어쩐지 되게 궁금했었거든요. 놀랍게도 이곳은 옛날에 '호서극장'이란 영화관이 있던 자리라고 해요. 앞으로 지역문화공간으로서 활용을 할 예정일 것이라고 하셨어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어찌나 후련하던지! 로컬잘알 분들과의 대화는 이래서 참 즐겁습니다
+ #수선집 (진짜 수선집 아니고! 숙소이름)
마지막으로 소개할 스팟은 제가 공주로컬여행을 결심한 계기이자, 너무나 만족했던 공간입니다. 프론트, 블루프린트북 왜 두 곳을 한꺼번에 넣어놨냐구요? 모두 하나의 단체에서 한 건물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을호텔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공간으로, 먼저 1층은 '프론트'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아마도 제민천변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아닐까 싶어요. 제민천을 뷰로 삼은 노천카페라는 점과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들을 선보인다는 것이 이곳의 매력입니다. 3층은 독립서점인 '블루프린트북'이 자리합니다. 지역주민들의 아지트이면서도 여행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매력적인 복층인테리어와 책들이 있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이 건물의 바로 옆 뒷채는 '수선집'이란 이름의 숙박시설이 있습니다. 저의 1박을 책임져준 곳이기도 해요. 이곳은 1936년 지어진 한옥으로, 1972년 하숙생을 받기 위해 주거공간과 도로변 상업공간을 증축하면서 지금의 구조를 갖게 되었다고 해요. 하숙집주인은 하숙집과 동시에 학생들의 교복을 손보는 수선집을 운영하였고, 그 흔적을 보존하고자 숙소로 재탄생한 지금도 수선집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숙박공간으로 활용하기 전엔 전시공간으로 먼저 사용하며 인근 주민들과 기억을 공유하였더라구요. 지역민들뿐 아니라 초행길인 방문객들과 공간이 천천히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 수선집의 매력은 스토리 있는 공간에서 숙박을 하는 것만이 아니에요. 저녁 7시 이후엔 3층 책방은 오롯이 숙박객에게만 제공되는 북스테이 공간이 되어요. 심야책방은 여행 중 제가 가장 좋았던 시간 BEST3안에 드는 모먼트. 또 막걸리 빚기, 드립밴 제작 체험도 신청할 수 있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숙박공간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독특한 체험요소들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합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공주는 제 추천여행지 중 하나가 되었어요. 로컬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뚜벅이여행러, 혼여행러라면 공주는 정말 매력적인 여행지일 거예요!
혹시 이번 기회를 통해 공주여행에 관심 갖게 되신 분들은 아래링크 통해서 마을스테이 프로그램 참여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