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여행 시리즈
춘천 모르시는 분 계실까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춘천여행 가보신 분 계실까요?
왠지 이 답변엔 꽤나 많은 분들이 고개 저으실 것 같네요. (앗 여기서 남이섬은 빼기로 해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주변지인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춘천은 알고는 있지만 여행으로는 생각지 못한 곳이다라고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강원도에서도 춘천은 크고 영향력 있고 그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도시예요. 특히 저처럼 로컬을 좋아하는 분들께선 흥미로울 로컬브랜드들도 계속해서 많이 생기는 지역이기도 하죠.
흔한 닭갈비 이야기 말고, 오늘은 춘천여행에 다녀오기 좋은 로컬공간들을 소개해볼게요!
1.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이곳은 포스터부터 좀 독특했어요. 식재료 이미지와 함께 '부산 장석준명란', '철원 덩실 농원', '춘천 오탄농장'이란 문구들이 쓰여있었거든요. 모두 실제로 메뉴에 사용되는 식재료와 그 원산지였어요. 포스터부터 로컬과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여기는 춘천 육림고개에 위치한 음식점 어쩌다농부 본점입니다.
어쩌다농부는 세 명의 청년들이 모여 만든 공간입니다. 하지만 사장님들은 가게의 사장님이 되기 전에 정말로 농사를 먼저 지었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전국에 특이하고 매력적인 농산물이 많지만, 농장주가 판로를 잘 몰라 소비자와의 연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 현실을 알게 되셨대요. 그 고민의 연장선에서 식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셨고, 마침 육림고개에서 도시재생사업 청년몰 프로젝트와 연이 되어 지금의 공간에서 어쩌다농부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지금도 직접 농사를 짓고 계셔서, 가게 메뉴들은 직접 재배하거나 로컬 농산물들을 적극 활용하여 만들어진다고 해요. 전 처음에는 춘천 로컬 식재료 혹은 인근 강원도 농산물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전국 농가 대상이었더라구요.
식재료가 중요한 공간인만큼 '자유방목한 돼지', '우리콩을 사용한 두부' 등 식재료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있었어요. 메인메뉴뿐 아니라 음료도 유기농구찌뽕 식혜, 감귤 에일맥주 등 이색적인 로컬 메뉴들이 있었던 게 이곳의 매력 포인트! 역시 이렇게 음식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다는 게 로컬 매장의 즐거운 부분인 것 같아요.
춘천의 닭갈비를 모티브로 오랜 시간 끓인 양파와 철원 오대쌀&귀리&현미로 완성한 카레를 얹은 닭갈비크림카레, 강원도 화천 너래안의 들기름과 명장 장석준 님의 명란을 사용한 명란들기름파스타가 베스트메뉴랍니다. 재료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있네요.
어쩌다농부가 위치한 육림고개는 도시재생사업을 시장하며 청년몰을 조성한 곳이에요. 하지만 '부활한 육림고개'란 헤드라인이 무색하게, 직접 가보니 평일 식사시간대가 아님을 감안해도 유동인구가 굉장히 적은 게 느껴지더라구요. 공실도 많아서 거리자체로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육림'극장'이라는 이색적인 레트로 소재를 사용한 만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노력을 가해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가로,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춘천본점과 더불어 어쩌다농부 남대문점도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번엔 남대문점에서 로컬을 느껴봐야겠어요:)
2. 한의사가 운영하는, 가장 믿음직한 카페
육림고개 내리막 끝에서 정말 이색적인 카페를 발견했어요. 이곳은 육림고개에서 10년 이상 한약방을 운영하시던 한의사 사장님이 기존 한약방의 구조를 살려 개조한 공간이었어요. 이름은 '카페처방전'으로, 시들어가는 한의학의 인기와 MZ세대와의 접점에 대한 고민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실제로 아직까지 '건강상담'이란 이름으로 화~토요일 6시까지 예약자 대상의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니 참고하세요!
한약방이란 이름답게 십전대보차를 비롯한 건강한 한방차종류가 다양했어요. 그 밖에도 인삼꿀라떼, 와인에이드처럼 신기한 메뉴들도 눈에 뜨였답니다. 한방차와 어울리도록 가래떡츄러스로 디저트를 구성한 게 센스 있다고 느껴졌어요.
보통 서울에서 한방차는 다방에서 보이는 쌍화탕정도였는데, 이곳은 종류가 다양한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또 한의사님이 계신 곳이라 약재관리도 더욱이 믿음직스럽기도 하구요.
3. 강원도 대표 수제맥주 브랜드 감자아일랜드
언젠가부터 로컬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수제맥주 가 흥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역맥주가 잘 된 것은 아니고요. 하지만 강원도의 감자아일랜드는 그중에서 날이 갈수록 핫해지고 있는 곳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자 아일랜드는 '농산물이 맥주가 되어 자라나는 미지의 섬'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강원도 지역 농작물과 강원도의 이야기로 색다른 수제맥주를 만드는 브랜드예요.
저는 작년 초, 좋은 기회로 1호점인 우두점에서 대표님의 설명과 함께 양조장 체험, 맥주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었는데요. 지금 찾아보니 이제 우두점은 양조장으로만 운영이 된다고 해요. 대신 그 사이 잠실 롯데월드몰과 신촌에 새로운 지점이 생겼더라구요. 팝업이나 협업도 매우 많이 진행하고 있구요. 1년 사이에 정말 무섭게 성장한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우두점은 셀프 인테리어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저 감자모양의 그립부터 사장님들의 센스가 보이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감자 아일랜드가 성공한 이유는 저런 사소한 위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색적인 메뉴부터 몇몇 유머스런 메뉴명을 비롯한 전체적인 톤앤매너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반에서 공부 잘하면서 놀 땐 잘 노는 애들 같은 느낌이랄까요.
1년 사이에 옥수수 맥주, 과일맥주 등 여러 맥주들이 개발되고, 메뉴판 구성도 달라졌더라구요. 병에서 캔으로 바꾸면서 디자인 개편도 있었던 것 같고요.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강원도 하면 감자, 옥수수 등 구황작물인데 메인 아이템에도 사이드에도, 디쉬에도 모두 그 정체성이 녹아있어서 여긴 컨셉에 진심이다.. 라고 느껴졌어요.
최근에는 당근맥주도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끊임없이 개발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더불어서 대표님 인터뷰도 보게 되었는데, 이 또한 정말 실현될 것 같네요.
“우리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서 맥주를 만들어, 지역과 상생하고, 이 맥주들을 국내 전체와 나중에는 해외에까지 퍼뜨릴 욕심을 갖고 있다. ‘감자 섬’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우리가 현재 만들고 있는 감자아일랜드 브랜드 전체를 판매할 것이다. 여기에는 맥주뿐 아니라 다양한 음료, 의류, 굿즈들도 있을 것이고, 지역의 우수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다양한 지역 브랜드도 선보일 생각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전국과 해외로 진출한 뒤,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지역 경제와 또 다른 차원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4. 자연요리연구가의 식문화 원데이 클래스
시골마을 산끝자락에 있는 보라시골은 어머니, 딸과 사위,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는 공간이에요. 진행하고 계시거나, 진행할 예정으로 보이는 사업들이 꽤 많아 보였는데요. 먼저 체험할 수 있었던 건 서미순나물연구소의 소장님께 듣는 나물이야기였습니다. 당시 봄나물들이 나오는 시즌이어서 설명이 더 풍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직접 채취한 나물들로 소장님께서 직접 요리 시연을 보여주시고, 그렇게 만든 음식으로 가든런치를 즐길 수 있었어요. 로컬식재료이자 제철식재료들을 사용한 특별하고 건강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말만 들으면 평범한 시골밥상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도시의 한 레스토랑에 온 듯 모던하고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라 반전매력이 있었어요. 그 점이 바로 부모님 나이또래뿐 아니라 제 나이또래 친구들에게도 보라시골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베스트는 부모님과 함께 찾는 것일 듯해요!
*가든런치/가든다이닝 네이버 예약 가능
당시에는 '양지바른비탈', '숲나물연구소'라는 이름으로 공간이 운영되었는데. 지금은 '보라시골'로 리브랜딩을 하면서 더 자리가 잡힌 느낌이 들어요. 오프라인 프로그램 운영도,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한 온라인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소식들을 알게 된 건 바로 1년 후의 우연한 만남 덕분이었습니다 :) ⤵️
정말 우연히 서울에서 보라시골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어요.
세텍에서 열리는 강원로컬팝업스토어를 들렀을 때였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프레임너머 영상에 너무 익숙한 풍경이 보이더라구요. 어? 하면서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의 사장님(서미순연구소장님의 사위분으로 알고있어요!)이 계셔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1년 전만 해도 판매 중인 제품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사이 메인상품이 개발된 것 같습니다. 역시 관심사가 같고, 그게 로컬이면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라고 느끼게 된 하루였답니다.
(아, 사장님께서 홍보 많이 해달라며 귀엽게 포즈를 취해주셨는데.. 이제야 올리네요. 소다 정말 맛있어요. 건강한 소다음료 맛보실 분들은 보라시골에서!�)
5. 춘천에도 로컬 팝업스토어가 열렸어요!
사실 이 팝업스토어 이야기는 3달 전의 이야기예요. 종료된 이벤트이긴 하지만, 춘천의 로컬 프로그램의 현재를 잘 보여주었던 순간 같아서 오늘 소재에 넣어봤습니다. 아마 또 이런 팝업이 열리지 않을까요? (제 바람이기도 합니다�)
약사천 팝업스토어에선 '약사동'과 관련한 이야기로 강원도 로컬 브랜드 5팀과 약사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상품들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아, 먼저 약사천은 춘천시 약사동에 흐르는 하천이에요. 이 동네는 예전에 약재상들이 많았다고 해요. '춘천의 원형을 닮은 마을 약사천'의 테마로 로컬 브랜딩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약사천을 중심으로 로컬브랜딩을 시작하게 된 스토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팝업이 진행된 건물인 수공업팩토리도 새 건물 같아 보였어요.
약사천은 #자연 이란 키워드가 메인인 것 같았습니다. 팝업스토어 전체 공간을 짚이 돋보이는 플랜테리어로 시작한 것에이어, 나풀나풀이란 로컬브랜드에선 버려진 나뭇가지, 동네 들풀, 이끼와 벌집에서 추출한 천연 밀랍을 사용한 밀랍초와 지비츠를 제작했더라고요.
또, 라우드라는 브랜드는 약사천의 물길을 형상화한 나무도마, 트레이, 컵받침을 만들었어요. 브랜드 르사봉에서는 당귀, 약쑥, 꾸지나무 등 한약재를 사용하여 약사천의 밤과 석양, 약사천 가는 길과 돌다리에서 영감을 받은 수제 비누를 선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저 귀여운 쿠키박스는 약사동의 꽃, 나무, 작업자의 손 등을 형상하였다고 해요. 또 아까 봤던 감자아일랜드에서는 이번 팝업을 위해 쌍화탕에 감자맥주를 섞은 쌍화맥주를 출시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팝업에서 시음도 진행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전시된 상품, 공예품 모두가 약사동의 이야기를 각 브랜드의 스타일대로 개성 있게 담고 있어서 인상 깊었어요. 한 매거진을 보니 약사천은 팝업 이후 차근차근 변화를 하려고 한다고 해요. 제 느낌엔 머지않아 또 색다른 제품들과 팝업스토어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럼 이만
경춘선 타고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너무 좋은 춘천에서, 매력적인 로컬여행하시길 권하면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