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단식 : 회복식 1일 차

하나가 떠나가고, 하나가 다가오고

by 민트슈슈
된장차 2, 니시차 2, 장미소 3, 소금사탕 2, 우주밥상(생식) 2
커피관장 2, 물관장 2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일함과 원티드를 확인했다. 어제오늘쯤에 최종 결과를 받기로 한 곳이 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메일이 없어 안도하면서 원티드를 확인해 봤는데 웬걸, 조용히 불합격으로 옮겨져 있었다.

무난하게 합격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내 경력도 빠삭하게 이해하고 있고, 특수성 또한 알고 있었으며, 분위기도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좋았던 분위기와는 별개로 끝나고서 내 마음이 비정상적으로 무거웠던 점을 제외하면 이상할 것 없는 면접이었다. 무거운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한 것일까 어쨌든 결과는 불합격이 되었다.


내가 어떻게 느꼈던지와는 상관없이 , 그러니까 내가 최종으로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와는 관계없이 불합격 소식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딱 한 곳만 딱 한번 붙으면 된다라고 어제도 생각했건만 기분이 꼬롬한건 어쩔 수 없다.

‘어차피~’로 시작하는 몇 문장을 머리에 되뇌니 다행히 곧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니건 아닌 것이다. 서로의 시절 중 가장 알맞은 타이밍에 나타나는 단 한 명의 사람. 그것이 아니라면 맺어졌다가도 금방 틀어지고 말 것이다. 관계란 그렇게 운명적인 것이다.


금요일에 새로운 곳에 면접이 잡혔다. 먼저 지원하지 않았던 곳인데 제안을 받았다. 회사 정보를 찾아보다 오늘 탈락 소식을 들은 회사처럼 함께 일했던 팀원이 다니고 있는 걸 확인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어떤 기분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정말 이상하기만 한 마음. ‘이게 뭐지? 무슨 기분이지?’ 갸웃거리다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알아내면 뭐 하려고. 면접이나 잘 준비하자.


수요일 오후마다 엄마가 온다. 토요일 저녁에 다시 본가로 가는데 오늘은 조금 일찍 오셨다. 불합격 소식과 그 새를 못 참고 천명에서 상담을 받은 이야기를 조잘거리는 걸 들으시더니, 다음 주 명상캠프 참가 차 대전에 가는데 같이 가려느냐고 물어보셨다. 명상캠프는 신청을 따로 해야 하는 것이기에 참여는 불가하지만, 2인 숙소 잡아서 당신이 명상 캠프에 참가하는 동안 대전 이곳저곳 관광하며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단식 중이어도 너무 집 밖을 안 나가니 걱정을 하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단식은 이번 주면 끝나고 나도 좀이 쑤시면서도 명분이 없어 못 나가고 있던 터라 알겠노라고 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얼른 예약하고 ‘대전 가볼 만한 곳’, ‘대전 맛집’, ‘대전 비건’등을 검색하며 위시리스트에 잔뜩 넣어두었다.


단식 기간 내내 나를 괴롭히던 입가 발진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된장차만 마셔도 온 입 주변이 붉어지고 가렵고 따가웠는데 그저께쯤 어제부터 눈에 띄게 가라앉더니 오늘은 전혀 그런 증상이 없다. 향료와 색조가 없는 순한 립밤을 발라도 따끔거려서 못 바르고 있었는데 오늘 치덕치덕 건조해진 입술에 마음껏 발랐다. 새끼발가락이나 네 번째 손가락이 다칠 때 그러하듯 당연히 여겨 있는지도 몰랐던 곳이 불편해지면 아예 크게 아플 때 보다 더 쳐지게 된다. 입술이 그랬다. 좋아지려고 시작한 단식 초입부터 입가가 붉어지니 가릴 수 도 없고 적게 먹는 단식 제품마저 먹을 때마다 불편하여 기분이 언짢았었다. 방향을 잘 설정했다면 언젠간 닿게 되어있다. 필요한 건 오늘 잘 보내겠다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입술을 따라 손의 한포진도 한결 가라앉았다. 가려움에서 해방되니 한결 마음이 좋다.


내일은 3차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날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쉬어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부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급함을 다스려주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나같이 안달복달하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마음이 편안 해지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많은 곳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실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믿고, 하루를 부끄럽지 않게 보내고, 나누며 지내겠다.


모두에게 편안한 날이 되기를.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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