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괜찮아지는 생활
조절식 5일 차
된장차 2, 니시차 2, 장미소 1, 연입밥 1, 찐 야채들, 삼색술떡 2, 약과 3
본단식 1~2일
된장차 3, 니시차 3, 장미소 3, 사탕 2개씩 2일간
커피관장 1~2, 물 관장 1~2 2일간
비로소 하루가 온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거짓말을 했는가 라면 그것은 분명 아니지만, 마음의 고요함과 머리의 맑음이 오늘에서야 일치된 느낌이다.
지난 26일 일요일에 조절식을 하고 27일에 다비움을 마셨다. 마무리 단식으로 본단식 2일, 회복식 2일, 조절식 2일을 하여 11월 1일에 단식을 종료하기 위해서다.
마무리 단식은 긴 단식의 경우 필수로 제안하지만, 지금처럼 짧은 축에 속하는 단식에서 필수는 아니다. 조절식을 지나오며 얼굴 국소부위 발진과 한포진, 입술 갈라짐이 심해져 마무리 단식으로 한 번 더 몸을 바로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긴 단식을 하며 경험했던 마음이 온전히 비워지는 그 기분을 이번에도 꼭 느끼고 싶었다. 텅 빈 마음에 맑은 머리가 연결되며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하게 되는 경험의 신비함을 이번에 또 목격해야 미묘하게 흐트러지고 있는 일상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6일 조절식이 살짝 무너졌었다. 술떡까지만 먹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다음 날 본단식으로 다시 한다고 생각하니 손이 덜덜 홀린 듯이 먹었다. 다행히 배나 머리가 아프진 않았지만 찝찝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필 한참 생리 중이라 호르몬에게 굴복한 것이다, 나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어 하는 핑계로 슬쩍 넘어가 본다. 감시자가 없는 단식은 완벽하기 쉽지 않다.
어찌 되었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참 정신이 맑다. 밖에 나가는 일정이 없으니 알람을 켜지 않고 생활 중인데 늦게 잤음에도 오전 중에 눈이 떠졌다. 요 근래 기상 시간보다 약 4시간은 빠른 시각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파란 하늘이 안방에서 바로 보인다. 암막 커튼이 없어 아침마다 밝은 햇살이 안방에 쏟아지는데, 오늘 유난히 반갑게 느껴졌다.
지난주 면접을 봤던 곳에서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중에서 선택할 것이냐 라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이전 이직 때처럼, 그전 이직 때처럼, 그 전전 이직과 더 예전에 대학에 붙었을 때처럼, 지금 내가 가야만 하는 곳 딱 한 곳이 가장 알맞은 타이밍에 홀연히 나타나 딱 한번 합격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참으로 대책 없어 보이는 말이긴 하나 그만큼 많이 넣어보고 있다. 이 수많은 곳들 중에 지금 긴가민가하거나 혹은 너무 간절한 곳들을 다 제치고 나에게 필요한 곳이 온다. 이미 일어난 일인 것만 같다.
생리통이 아예 없진 않아서 약을 두 알 먹었다. 6시간당 1알씩 먹었으니 사실상 나에겐 안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계획했던 것보다 이런저런 구멍이 많은 단식이지만 비움을 보채진 않을 것이다. 내가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맑아지려 한다는 그 마음과 목표에 가만히 초점을 맞추고 흘러가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