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지는 착각들
된장차 3, 니시차 3, 장미소 3, 우주밥상(생식) 2
커피관장 1, 물관장 2
내일 면접을 보기로 한 곳에 다니고 있는 전 팀원 A에게 연락을 했다. 가고 싶어 했던 업종이라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건네며 회사 분위기를 물어보려 했다. 30분 뒤쯤 답이 왔다. ”오잉? 저 아닌데요!! 저는 3개월간 망나니처럼 쉬었어요 ㅎㅎㅎ“ 혼란스러웠다. 헤어스타일에, 이름에, 확대할 수 없어 작게만 보긴 했지만 얼굴도 분명 맞았는데. 내가 잘못 본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더 안부를 묻고 대화를 좀 한 후에 다시 링크드인에 들어가 프로필을 찾아보았다. 캡처를 해서 얼굴을 살짝 확대해 보았다. 세상에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왜 어제는 이렇게 줌을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어떻게 이렇게나 다른 얼굴을 한 사람을 팀원으로 착각할 수 있는 걸까?
불합격 통보를 받은 곳에 다니고 있는 다른 팀원 B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다. 아쉽지만 불합격 됐다, 열심히 건강하게 멋지게 다니셔라 라는 말 뒤로 잔뜩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말들이 왔다. 하고 싶은 것, 더 나은 곳에서 꼭 하시게 될 것이다, 연락 주셔라 - 이런 말들이 고스란히 에너지가 된다. 앞뒤가 같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 앞에서나 상냥하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그 꼿꼿한 다정함과 단호함에 내가 많이 의지했었다. 어디서든 맡은 일 하나는 꼼꼼하게 처리하는 분이니 분명 잘 적응하고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입사 제안을 주었던 C님께 거절 문자를 보냈다. 이직 준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조금 더 여러 경과를 지켜보고 싶다는 솔직한 말을 전했다. ‘솔직한 말씀 감사드리고, 변동 사항 생기면 언제든 다시 연락 주셔라’라는 든든한 답을 받았다.
3년 전에 함께 일했던 D님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틀린 소리 안 하고 날카로운 활기를 가진, 말과 행동 모두 빠릿빠릿하던 사람. 집들이에도 올만큼 가까웠다면 가깝다고 할 수 있었던 사이인데 먼저 이직을 하시고 집도 멀어지니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었다. 아직도 다니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퇴사한 지 2달 정도 되었다 하자, 옥상에서 가끔씩 길게 수다 떨던 때처럼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입가와 얼굴에 부분적으로 일어났던 발진 부위에서 계속 껍질이 벗겨지는 중이다. 약해져 있는 상태라 그런지 원래 사용하던 마스크팩을 얹으니 확 따끔하길래 얼른 때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어제와 오늘 소화기관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탓인지 허기짐이 아주 거세다. 같은 추리닝임에도 미묘하게 더 편해진 핏을 느끼며 잘 참아내고 있다.
가라앉은 마음 앞에 상황에 새롭게 나열되고 있음을 느낀다. 흔들리는 것은 오직 내 마음뿐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답답한 상황은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단절된 상황은 단절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나 보다. 내가 공이 된다면 어떤 상황이 생길까? 아니, 세상이 어떻게 보이게 될까?
당장 내일의 면접은 어떨지, 무엇이든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