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부터 5일까지의 기록
왜 기록이 밀렸더라, 그럴듯한 핑계조차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별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소식
4일 화요일에 인연이 아닌 줄 알았던 곳에서 최종 오퍼 연락이 왔다. 지난주 중에 연락이 없어 채용 플랫폼에 들어가 보니 불합격 처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탈락인 줄 알았다 하니, 안 그래도 그 채용 플랫폼 관련하여 이슈가 이었다고 했다. 이미 과거라고 넘겼던 곳에서 예기치 않게 다시 연락이 오니 조금 혼란스러웠다. 마치 이 합격도 착오가 있었다고 다시 연락이 올 것처럼 말이다. 전화로 소식을 들은 뒤 사측에서 보낸 처우협의 메일을 확인하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합격이라니. 사실 원하던 곳이었고, 또 계속 기다리던 소식이 아니던가. 엄마에게 소식을 알리고 처우협의에 필요한 자료를 받기 위해 전 직장의 인사팀 직원에게 연락을 했다. 해사한 말투로 빨리 문자를 주더니 자료도 엄청 빨리 전달해 주었다. 자료와 희망연봉, 입사희망날짜까지 적어 메일을 보냈다. 홀가분한 듯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6일 목요일에 메일을 정상수신했다는 답신이 왔다. 그다음 날 7일 금요일에 최종 처우 관련하여 전화통화를 했다. 희망 연봉보다는 적지만, 이번 이직의 가장 큰 목표였던 직무 전환을 이루고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며 또 연봉도 올랐으니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날도 4회 차 실업급여를 받고 난 다음 주로 잡아 여유도 있다.
조절식
2일 일요일부터 청국장 한 끼로 조절 식을 먹었다. 엄마 아는 분이 집에서 만든 청국장이라며 나누어 주었던 거라고 했다. 청국장 두 국자에 두부 한모를 추가해서 연입밥 한 개와 먹으면 배가 가득 부르고 소화도 잘됐다. 눈가와 입가의 발진과 가려움도 거의 사라졌다. 피부는 더할 나위 없이 맑아졌다. (단식에서 가장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점심에 조절 식을 배불리 먹고 저녁에 생식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에 강한 허기와 함께 일어나게 되는데, 그렇게 텅텅 빈 속으로 일어나는 아침의 개운함이 정말 좋다. 잉여 에너지 없이 적당량을 섭취하고 또 모두 소진했다는 것에서 안도감이 생긴다면 강박적인 걸까? 지금처럼 백수일 때 배가 너무 부르면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딱히 쓸 일도 없으면서 탐심으로 이것저것 먹은 것 같으니까.
이번 단식에서는 조절식의 단계를 잘 지켰던 덕인지 여전히 한식위주로만 음식이 먹고 싶다. 7,8,9일 금토일 엄마와 대전에 가서도 두부 전, 버섯 전, 들깨 어쩌고 음식들, 들기름 메밀면 같은 음식들 위주로 먹고 싶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평소 같았으면 예쁜 카페에 또 오랜만에 자유로운 식사인만큼 휘황찬란한 디저트류를 잔뜩 먹고 싶었을 텐데 성심당에서 사 온 빵도 한 조각 정도씩 맛만 보는 걸로 충분하다 느껴질 만큼 탐심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지난주 연속 불합격 소식에 마음이 처질까 단식에 더 집중하고 아싸리 내년까지 천천히 찾는다 생각하자라며 다독인 것이 덕을 본 기분이다. 단식을 하고 나면 항상 그랬다. 몸과 마음이 모두 비워지면 그 자리에 그때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예기치 못하게 오곤 했다.
쉬러 갔던 대전에서 알레르기가 또 한차례 올라와 걱정을 했었는데, 챙겨놨던 약을 먹고 잘 자려 애쓰다 보니 그새 가라앉았다. 잠, 오직 잠이 보약이다. 갈 곳이 정해지니 비로소 주변이 보인다. 사람들을 좀 만나야겠다, 가보고 싶었던 곳들도 다녀야지 하는 마음이 이제야 드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단식으로 몸무게도 4킬로 넘게 줄은 만큼 다이어트도 더 해서 최대한 건강을 끌어올리는 것에만 집중하려 한다.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는 변화들이 내년 이맘때 어떻게 기억될지, 건강만 하다면 어떤 것도 걱정할 것은 없다. 입맛 교정까지 완료한 이번 단식의 고요한 기운을 최대한 잘 이어 나가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