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이와 콩떡이가 둘 다 암컷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중성화 걱정을 시작했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서 나래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다. 넥카라도 너무 불편해하고, 내 레깅스를 잘라서 환묘복을 입혀주면 절묘하게 벗어버리고, 환묘복 위로 상처를 막 핥아서 결국은 덧나고- 수술 후 며칠 동안 온 식구들이 나래를 감시했다.
가장 강렬하고 마음아픈 기억은 따로 있다. 병원에서 돌아온 나래가 끝까지 자신의 존엄(?) 본능(?)을 지키고자 함이었는지, 미리 깔아준 배변 패드는 아랑곳 않고 화장실로 힘들게 기어기어 가던 일. 마취가 풀리자마자 몸을 가누기 힘들기도 하고, 힘 자체도 잘 안 들어가니 나래는 화장실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화장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그 바로 앞에서 쉬야를 해버렸다. 그냥 편하게 바닥에 해도 돼, 이럴 땐... 하고 엄마랑 나는 눈물을 삼켰더랬다.
말랑이와 콩떡이 수술을 앞두고 미리 천 넥카라와 환묘복을 샀다. 수술하고 익숙해질 수 있게 미리 입혀봤는데 말랑이는 벗으려고 난리부르스를 치고, 콩떡이는 고장났다. 넥카라를 씌우자마자 그 자리에 바짝 얼어서 움직이질 않았다. 이거 너무 스트레스 받겠다 싶어서 그냥 수술 후에, 필요할 때에 입히고 끼우기로 했다. 고양이 반려자 카페에서 중성화 수술 멀쩡히 하고 입원해 있다가 혼자 입원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는지 죽어버렸다는 괴담도 본 터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어버릴 수도 있는 이 가녀린 생명체. 수술은 어떻게 견뎌줄는지 또 혼자 눈이 촉촉해졌다.
그리고 애들이 처음 우리 집에 왔던 완전 아기 시절 썼던 높이 10cm 내외의 플라스틱 상자에 애들이 쓰던 화장실 모래를 채워줬다. 혹시 화장실까지 가기 힘들면 쓸 수 있게. 지금은 거실냥이, 안방활보냥이지만 우리 집에 말랑콩떡이가 처음 왔던 시절에 머물렀던 문간방을 데우고 담요도 깔고 숨숨집도 옮겨뒀다. 애들이 퇴원하면 일단 여기서 쉴 수 있게.
금식하라는 시간은 병원마다 조금 다르다는데, 선생님이 8시간만 금식하고 물은 먹어도 된다고 해서 수술 당일 새벽부터 사료 그릇을 치웠다. 말랑이 먼저 수술하고, 그 다음 주에 콩떡이 수술을 하기로 했다. 한 마리씩 수술시키는 게 집사가 케어하기에 용이할 것 같다는 수의사샘의 권유 때문이었는데, 이후에 얘기하겠지만 나는 이 선택을 다소 후회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