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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n 10. 2023

대장암 일기 5

-- 수술을 2일 앞두고 

6월 8일에서 9일  


8일 대장항문외과 곽정면 샘의 수술전 외래를 처음으로 봤다

대장암 3기... 림프절 전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직장으로부터의 길이에 대한 확인 

항문을 살리기는 하겠지만, 직장의 일부도 절제해야해서... 앞으로 살면서 배변습관이 이전보다 달라질 수 있다고 했고 

수술을 위해 더 필요한 검사


친절한 외과 의사 선생님

대장의 종양 덩어리로 인해 장이 위 아래로 좀 부어있을 수가 있다 

림프 노드는 보아야 알 수 있다


일하고 지내는 것은 

--> 수술 후 바로 일하셔도 된다 ㅎㅎㅎㅎ 

무리하지 않고 운동하시면서 


외과 외래 이후 항암에 대한 설명을 종양내과 선생님에게 들었다 


수술 후 3주 이후부터 6개월 

그러니까 7월부터 올해 말까지 항암을 실시한다고 한다 


2주간격으로 12번을 실시하거나 

3주간격으로 8번을 실시하거나 


2주 간격으로 12번을 실시하는 것이 조금 덜 힘들다고 했다. 대신 병원을 자주 와야 한다고.... 

그리고 가슴에 약을 넣을 포트를 심는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유쾌했다 

그들은 일상이니까 


1. 3기 암환자가 되었다 

거기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한다 

오래 살고 싶으면, 

얼마나 오래 살고 싶은가..... 

원래 건강수명으로 15년을 살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건강수명으로는 이제 끝났고,

암환자로 만 57세에서 이후의 생애을 재발과 전이의 두려움을 깔고 살아야 한다 


2. 운동과 식이가 주가 되는 삶 

재발과 전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축은 운동과 식이, 그리고 스트레스 적은 생활이라고 한다 

온갖 암 유투브, 기사, 인터뷰에 오래 남아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는지, 얼마나 철저히 좋은 것을 먹었는지, 얼마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내려고 애썼는지를 적어놓고 있다 


3. 나의 가장 큰 스트레스 


1) 내가 꿈꾼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는 것 

2) 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에 관해 더 강력히 저항하지 못하는 것 

3) 사람들과 더 강력히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못하는 것 


지난 6일 후배들은 내 스트레스를 듣더니 한참 기가 차다고 웃었다 

세상이 기존에 돌아가던 방식과 다른 방식을 가지고 돌아가도록 만들고자 했는데..... 그 중 일부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우리가 청춘을 갈아서 만든 이 세상의 변화에 대해 저렇게 무도하게 파괴하는 인간들을 두고 현장에서 묵묵히 실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했으나....  그것도 참 스트레스인데 

--> 연락을 끊고, 뉴스를 끊고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할 것, 내 몸에 온전히 집중할 것, 죽기 전에 후회될 일에 대해 정말 후회가 되지 않게 남길 것, 그런 것에 집중할 것 


그래서 새로운 버킷 리스트를 짜야한다. 그런데 이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이제 더 절실해졌고, 바로 작동되어야하며, 

무리해서 할 수 없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 되어야 한다는 차이.... 

번잡한 생을 정리하고 

단촐한 생애 안에서 내가 하고 갈 일, 남기고 갈 일에만 더 집중하는 삶 


새로운 공간, 새로운 조직, 새로운 운영 

청소년, 청년들에 대한 더 수준높고 깊은 접근 

다양한 청년들의 공동체 


교사들과의 학급 총서 

치유학교의 새로운 모델 

생산적이고 깊은 작동 과정 


건축과 정신분석 

정신분석과 사회 

한국인들의 깊은 정신병리에 대한 책 한권 

...................


일하기 위해 

운동하고 

만나고 배우기 위해 

운동하고 

목표로 한 내 삶의 남은 과제들을 위해 

삶을 완전히 정비하지 않고서야 

죽음이 기다린다 


대장암 3기 5년 생존율이 50-75%라고 한다. 

대장암 3기 환자 중 5년뒤 25명에서 50명은 그 전에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하면 살벌하다 

대장암 3기 환자중 5년뒤 50명에서 75명은 살아남는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희망이 다소 생긴다 


암환자로 12일째 지내면서... 


위로의 수많은 말이 오갔다. 

말은 대단하지 않고 요란하고 전달이 어렵기도 하다 


수술 후 과연 내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기도한다

수술이 잘 되기를

림프 노드 전이가 최소화되었기를 


남은 생애의 과제를 위해 

내가 제대로 집중할 수 있기를 

재발과 전이 없이 20년 정도.. 그러니까 

70대 중반까지는 내가 살 수 있기를 바래본다 


무리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 그냥 그간의 일정을 정리하고 싶어서 

6.9 : 금요일, 오전 클래스 유 원고 정리 및 절반 보냄, 이종필 선생님에게 책 출판 안내 보냄, 류현아 선생님에게 책 출판 상의함, 그리고 3-4명과 통화, 별학교 잠시 들렀다가, 고양시 교육청-초등교장 특강, 정해선 안산트라우마센터 부센터장 미팅-안산 한달간 병가와 과업 상의, 별학교로 다시 가서 관심단선생님들 여지화, 위지영, 최은숙, 박에스더샘과 만남, 위로 그리고 성금 전달받음? 그리고 집에 와서 휴식, 피곤, 일찍 잠에 들게됨


6.8 : 목요일, 오전 별학교 교사 세미나, 메타인지, 그리고 송경용 신부님께 기도받고 묵주받음, 명지병원 외래 진료, 고대 안암병원 진료, 집으로 돌아옴, 피곤, 일찍 잠 


6.7 : 수요일, 안산센터 방문, 오전 회의, 그리고 별, 피곤, 일찍 잠 

6.6 : 가족과 식사, 남철관, 김철환, 정상길과 위로 만남  

6.5 : 병원에서 퇴원 후 휴식 

6.4 : 병원 입원 

6.3 : 코로나 검사 

6.2 : 별학교 회의, 송도병원 외래 조직검사 결과 받기  

6.1 :  송도병원 외래, 내시경 소견서 받고 내시경 시술 의사 이야기 듣기 / 오후 명지병원 외래 진료 

5.31 : 안산센터 방문 및 회의, 남한중 강의, 하남 나인블록스 

5.30 : 명지병원 외래 진료, 부천교육청 신규 교사 연수 

5.29 : 대장내시경 실시 --> 대장암을 시사하는 소견으로 이야기듣고, 이수현에게 연락, 이수현에게 내시경CD 전달함 


* 그 사이 한일 

- 케리스 심사 요청서 작성 

- 강의 3개 

- 클래스 유 대본 작성 10개 이상 

- 별학교 교사 세미나 2회 

- 그리고 창비 슬픔과 애도에 관한 책 참고문헌 정리 후 최종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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