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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n 13. 2023

대장암 일기 7

수술 후 첫 날

6.13


1. 수술장까지 가는 길


수술장에 들어가기까지 두렵고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있었다

아내와 아들....

무슨 말을 되뇌어야 이 공포를 이길 수 있을까

결국 예전부터 내가 바닥에 떨어지는 공포를 느낄 때 읽었던 성경구절...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내가 너의 하나님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내가 너를 도우리라

참으로 내가 의로운 나의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이사야 41장 10절


이 말이 가장 강도높게 공포를 없애주는 문구였다

그리고 사막의 교부들이 두려움에 떨 때 사막 한 복판에서 반복했다는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 한 마디의 반복


그리고 이번에 새로 선물받은 .. 문구 중


하나님의 품이 나를 안아줄 것이다라는

나를 안아주는 느낌도 조금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좋은 생각들 ....

가족들과 삿포로 겨울 여행이 참 좋았다.

그 호텔 앞에 펼쳐진 정경과 가족들...

눈물이  쏟아졌다

마음은 편안해지지만 슬프고 힘들었다


수술장으로

흔들리는 침대 위에서

약간의 멀미를 느끼며

가면서

머리가 복접했다


복강경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더 진행된 것 같다 그 말이 나올 것인지

원래 CT, MRI에서 봤던대로 딱 그렇습니다. 그럴지.....

영화에서만 보던 수술장 안에 도착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었다.


2. 회복실에서


회복실에서의 느낌은 신비롭다

새로운 곳에 와 있는 느낌...

새로운 느낌 .

순간의 압도적인 통증....

아주 복잡한 미로를 돌고나온 느낌 ....

하지만 후련한 느낌

정말 암덩이를 떼어냈다


그리고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

내가 왜 암에 걸리게 되었는가


형제들

자살한 막내

마지막으로 200만원 꿔가고 또 연락 안하는, 제대로 살지 못하는 둘째,


어린 시절의 고생들

부모님이 사업이 망한 후 떠돌며 살기

라면을 주식으로 살기


죽었다 깨어날 정도의 고통에 휩싸이던 나날들

젊은 날, 부모의 빚으로 인해 힘들었던 나날들...

부정적 아동기 경험이 넘치는 청소년기 이후의 삶


저 암세포에 기록되어 있는 삶의 궤적들

암 걸릴 것 같은 경험들이 어떻게 퇴적되어 왔는가.....


3. 가족과의 재상봉


큰 아이를 스쳐지나가듯이 보고

아내와 함께 병실에 올라와서.... 통증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가고


혼자 병원에 있으면서

다시

열이 나고

잠은 조각 조작 나고

통증은 간혹 올라오고

그런데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2학년부터 주식이 라면이 된 이유는 시작은 가난 때문이었고, 그 이후는 습관 때문이었다

호텔식 수십만원짜리보다

떡라면이 나는 맛있다.....


그리고 폐를 펴지게 하는 기구를 하라고 하고...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진통제, 해열제를 반복하며 맞고 있다


원주에 계신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을 위해 영상을 찍어 보내드렸다

그 참에 동료와 직원들에게 보내는 것도 찍어서 나누었다


4. 암덩이


수술 중 집도의 곽정면 교수가 가족들을 불러 암덩이를 보여주고 절개한 대장 조직을 설명했다고 한다.

아들은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생각보다 큰 암덩이 조직을 보면서, 저게 바로 내 삶의 암덩이였구나

저렇게 상한 조직이 내 대장에도 있고, 내 마음에도 있고, 내 삶에 있었구나


아직 다 정리가 되지는 않지만 ...

암덩이는 나에게 많은 연상을 주었다.


5. 다음 날


다음 날 새벽에 뒤척이다.. 가스가 나왔다

방귀를 몇 차례 꼈다

그리고 대장이 요동치는 일이 있었다

신비롭게도 호홉을 조절하니 대장이 바로 안정을 찾았다

무언가 새로운 느낌인데....

설명하기는 어렵다


파커 파머의 삶의 가장자리에서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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