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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n 14. 2023

대장암 일기 8

6.12-14 새벽

다시 길을 잃었습니다.


13일부터 계속 울고 싶은 마음이 찾아옵니다

수술이 끝난 후 마음이 더 어렵습니다.

13일 새벽

14일 새벽

잠도 안오고 눈물을 훔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인생이 서럽습니다.

열심히 살다

어떤 이유든지간에


암에 걸려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내야 하다니....


정말 역설의 삶입니다.

기회를 갖고자 할 때

기회를 없애는 삶


가족들과 편히 살고

여행도 다니고 그러고 싶었는데

인생의 다른 짐을 덜어놓고

또 내려놓고

공적인 일을 떠나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나 자신을 위해 살아보자는 생각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는데


3기 암이 찾아와서

인생을 큰 걱정 속에서 살면서

죽음과 대적하며 지내야 한다니.....


조금 일찍 찾아온 죽음과 만나가면서 살아야 하다니...


거의 모든 것을 바치면서

살아오긴 했는데

뭐 하나 변변하게

한 것도 없다는 생각에

 허무한 눈물이 흐르고,


미안함

후회

아쉬움

두려움

원망스러움

괴로움


식은 땀과 눈물이 암 수술 상처의 통증과 함께 흐릅니다


다시 길을 조정해야 합니다.

암 이전에 세웠던 삶의 계획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 길은 어렵지만

조금 더 마음을 가볍게 하여

죽음을 받아들이고

더 잘 준비하고

세상에 주고 갈 것을 잘 정리하는 삶이 한결 더 가까이 느껴집니다.


10년,

15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삶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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