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청소년을 위하여
5. ㅈㄴ 외롭다 ㅆㅂ
엄마는 병원을 나오면서 투덜 거렸다.
전에 심리검사한 것 있으면 가져오라고 하고,
내가 어떤 아이인지 또 실컷 물어서 대답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가 나를 잘 아는 것 같지 않다고
의사에게 쫑코를 들어서 기분이 안좋다고 했다.
좋아하는 가수나 아이돌
좋아하는 게임
좋아하는 드라마
좋아하는 색깔,
카톡 단톡방
인스타...
그런 걸 시시콜톨 묻고,
딸 하나인데 좀 더 가까이 지내보라고 했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 중 한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그런 대화는 일절 하지 않았고
또 엄마가 나에게 일절 묻지도 않았다.
그리고 엄마에게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책 목록을 주었다고 한다.
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너 때문에 별 고생을 다한다고 하면서 물었다.
너 요즘 누구 좋아하냐
그렇지만 짜증섞인 투라 대답하기 싫었다.
없어...
뭐 먹고 들어가자
뭘 밖에서 먹어, 다 중국산이야.
집에 가서 먹어 ..
아 짜증..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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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또 안온다..
핸드폰은 엄마가 가져갔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해외로 날라버린 후 연락이 없는 가인은 그래도 좀 이해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
여러 번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이해에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수십번 말해줘도 이해못하는 인간들도 많다.
이제 조금 지쳤다.
나를 설명하기..
나를 수용받기..
나를 인정받기..
나를 인정해주면서, 나도 좋고, 별말 없어도 서로 좋아해주는 그런 인간은 없다
외롭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를 이해하면서 좋아해주는 사람이 없어서다. 그렇다고 사람을 구걸하고 싶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나는 그런 외로움 속에서 허우적대는데...
해야할 일이 너무나 밀려오면..
멘붕이다.
마음이 켜져있는데, 머리를 돌리려면, 마음이 죽는 것 같다.
내가 이상한 것인가
내가 이상한 것이면 세상에 잘못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나는 맞지 않는 건가?
세상에 내가 맞지 않는다면..
나는 살 필요가 있는가?
존나 외롭다 씨발..
이 말은 완전히 나를 표현한다.
부적합자
외톨이
까다로운 성격이상자
고위험군
6. 힘들다 그런데 나만 힘든 것 같다
학교에서 지연이를 만났는데..
역시 아는 척하지 않고 서로 그냥 지나쳤다
뭐야..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정말 힘들다
온갖 쓸데없는 소리를 다 하면서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들 틈 속에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어떤 날 특히 비가 와서 소리가 더 메아리치듯이 커지는 날에는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이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새롭게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서 점심 시간도 무척 고통스럽다.
급식실로 가는 것도,
거기서 혼자 먹는 것도,
먹고 혼자 나오는 것도,
배고폼과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 괴로움 중에 배고픔이 앞설 것이라고 말하는 엄마는 바보다.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 괴로움은 배고폼을 이겨낸다.
시선이 주는 통증이 배고픔보다 세다는 것을 어른들이 모른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억지로는 싫지만
차라리 무슨 모둠끼리 뭘 할 때
그래서 같이 급식 때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낫다
친분과 상관없이 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시간을 쓰니까.
그런데 고등학교는 그런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무엇이든지 개인별 경쟁이다.
경쟁..
난 이 무한 경쟁이 힘들다
세상에서 단 한번도 쓰이지 않을 문제를 가지고
미친 듯이 풀어내는 속도전을
시켜서
거기서 등수내서
세상 살이의 등급을 매기는
이 잔인하고 혹독한 경쟁을 깨지 못하는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고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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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일로 예진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급식판을 주면서 밥을 같이 먹자고 한다.
같이 먹자, 너랑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래?
저쪽으로 가자
밥을 먹으며.. 예진은 자기도 고위험군이고, 너무 힘들고, 등등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왜 이런 소리를 갑자기 하지... 무슨 속셈으로..
근데... 병원가고, 상담가고, 약 먹고 그런 게 도움이 크게 되냐?
그것보다 우리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는 게 더 낫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