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수 Apr 29. 2018

누군가와 함께 완전한 무방비상태로 있을 수 있는가*

2018.4.29 이제 오늘이 된 하루 한 문장

* 안느 르페브르, 136쪽, 100% 위니캇


무방비, 비통합, 멍때림, 완전하게 긴장을 풀고 있는 상태는 통합을 위해 필요하고 건강한 과정이다. 이 비통합이 있어야 통합을 향해 갈 수 있다.

정신이 어지러운 채로 있을 수 있어야 제대로 정리도 할 수도 있다.


1.

개인적으로 난 이런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늘 긴장한다.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겨줄 때, 힘을 다 빼라고 한다.

그것이 잘 안되서, 다시 의식을 해서 힘을 빼야지라고 할 때가 있다.


2.

우리 강아지 루비가 온 몸에 힘을 빼고 벌렁 누워서 배를 주무르라고 한다

무력한 강아지가 나에게 무방비상태로 자신을 맡긴다.


3.

그래서 난 내 인격의 불완전성, 두려움, 높은 경계심을 확실히 더 알게 되었다.

난 무방비, 비통합, 멍때림이 불가능한, 야산에 내려와 몸을 숨기거나 위장한 채로 마을에 들어와 사는

늙어가는 게릴라가 삶의 내적 표상이었었다.

분석치료를 받을 때, 좀 과장해서 말하면, 내 분석가께서 말씀하신 내 상태 중 하나가 '게릴라'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십여년전쯤.

잦은 분리와 상실, 거주부터 생계까지 불확실한 삶, 부모의 소재파악이 단절된 채로 지내기, 부유하는 느낌, 경계를 낮추어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조건들, 그리고 이미 많은 주변의 사람을 잃었다는 느낌 등등


4.

언제부턴가 정규군에 편재되어 살기는 하는데....

아직 어색해서, 다시 전투를 만드는 삶을 찾아 헤맨다.

게릴라가 되어서, 또 한 곳을 점령할 수는 있는데, 머물 수는 없다.


온 몸에 힘 한 올도 없게 하려면, 오히려 아무도 없어야 한다.

어머니도 없어야 한다.

강아지도 불편하다.

다 불편하다.

그랬었다.


결론, 우리 루비가 나보다 심리적 통합을 더 잘할 수 있다... ㅎㅎㅎ   



작가의 이전글 세상의 대답이 아이들 세계경험의 기초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