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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Oct 09. 2018

백일몽 1 -교육부 장관되는 개꿈

교육부 장관이 되는 개꿈

 2018.10.9 개꿈 시리즈 1탄    

낮동안에 자해하는 아이들 여러 명이 진료를 다녀갔다. 그리로 뉴스에서는 청소년들 사이에 세상도 혐오하고 자신도 혐오하는 자해 대유행이라고 했으며, 또 교육부 장관을 임명했는데, 영어 어쩌구 하는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교육부 장관이 되는 꿈을 꾸었다.

교육부 장관이 되던 날 나는 첫 번째로 가까운 학교를 찾아갔다. 그래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육부의 가장 중요한 직접적인 정책파트너이자 연대세력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의 역할을 ‘학생의 행복을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전국의 초중고, 대학생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적어도 고등학생부터는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언했다.

두 번째로 한 일은 교사들을 만난 일이다. 학생들과 매일 하루를 보내는 교사들과 집중적으로 만났다. 학교의 교사들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고, 행사는 없애거나 행정파트에서 진행하고, 급식을 포함한 온갖 일들은 각 업무의 사람들을 고용하여 진행하게 할 것이며, 학교마다 심리사 및 사회복지사를 배치해서 여러 힘든 상담 업무를 진행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꿈속에서 나는 다양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과 일부 지방의 5% 상위권 학부모들의 의견에 절대로 경도되지 않기 위하여 지방도시 및 농촌을 포함한 다양한 절대 다수의 학부모들 의견을 듣고 다수에 기반한 민주적인 정책들을 찾겠다고 했다.

네 번째, 국어, 영어, 수학의 비중을 현저히 조정하여 특정 과목 때문에 학교 공부 포기에 이어 그 결과로 인생 포기까지 거론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창의와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그렇게 해서 포기와 체념의 문화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라져서, 학교가 창조의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며, 서열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다섯 번째 독서, 여행, 만남, 그리고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활동을 전면적으로 활성화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책 한권도 읽을 수 없고, 마음 편히 여행할 수도 없으며, 선생님들 외에는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채로 문제만 푸는 현재의 시스템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직장에서 일하는 아버지,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내가 꿈꾸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찾아가서 만날 수 있고, 필요하면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도 찾아가서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중고생들의 여행은 전 국가 차원에서 권면하고 기차표를 사서 주더라도 전국의 호스텔과 청소년 수련원에 학기 중에도, 방학 중에도 학생들이 차고 넘치도록, 전 국토의 곳곳을 순례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일제식 건물의 사각 상자 안에, 몸에 맞지 않는 책걸상에 몸을 낑겨넣고 감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창조성은 독서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유명 게임회사 사장의 말처럼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 자신의 책을 읽고, 또 책도 쓰고,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여섯 번째, 모든 학급이 무조건 20명이 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잘 알고 충분히 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곱번째, 학교 구성원들의 학교 자치, 학생 자치를 지원하여 일찍부터 민주주의를 배우며 성장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자치에 더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개편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덟 번째,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학교 학점제 포함, 학교 졸업자격을 어렵지 않게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지원책을 제공하고 학교를 그만 두어도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학습현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아홉번째, 분권과 자치, 교육정책의 지역적 특색과 개성과 역량에 맞춘 발전을 위해 교육부 해체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대부분의 기능과 권한을 지방자치체에 넘기고 교육부는 아주 최소화하고, 중앙집권적 발상에 따른 권력적 개입에 관련된 기능을 특히 우선적으로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졌고, 지지자중 한 분이, 장관님이 하신 일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고 이제사 우리는 되었고 했다. 그저 꿈이었던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학생들과 학부모, 다수의 지지자들이 다시 더 큰 박수를 치는 중이었는데 그만 백일몽에서 깨어나버리고 말았다.

열 번째를 못했다. 당신이 만일 교육부 장관이라면, 도탄에 빠져 초등학생도 자살을 꿈꾸는 대박자송과 함께 청소년들의 자해가 유행병처럼 번지는,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을 외치는 아이들이 넘치는 이 나라에서 열 번째로 무엇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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