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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Dec 03. 2021

코로나는 무엇을 파괴하고 있는가?

- 아이들이 나태해지는 것이 아니라 위기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프롤로그      

코로나는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파괴한다”      

모든 재난은 무언가를 결핍하고 있으며 새로운 재난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놓는다”  

- 슬라보예 지젝      


코로나가 가져올 가장 큰 상처는 무엇일까? 우리가 팬데믹과 싸우면서 취하는 여러 조치들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것이 무엇인가? 특히 연이어 새로운 재앙이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써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페인 독감과 동시대에 있었던 1차대전. 이 두 큰 역사적 시련 이후 알려지지 않은 더 큰 슬픔 중 하나는 1차대전 전사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두 사건의 여파로 인한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몰려 자살로 죽었다는 교훈입니다. 

홍콩 지역에서의 사스 대감염 이후에도 노인 자살이 최고에 달했으며, 그 이후 홍콩 정부는 노인 자살을 줄이기 위해 오랜 시간을 노력해야 했습니다. 

역사의 불행은 퍼펙트 스톰처럼 하나의 불행만 몰고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불행을 몰고 오기도 합니다. 혹은 하나의 불행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른 불행이 배태되어 하나의 불행이 끝날 때 다른 큰 불행이 다시 크게 터져나오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가져올 가장 큰 불행은 무엇일까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코로나를 해결해나가면서, 다음으로 우리에게 닥칠 큰 불행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아동, 청소년 그리고 청년들의 위기이고, 특히 정신건강의 위기이며, 그것은 코로나의 대책이 이들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대책으로 이어질 때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많은 국제기구, 보건학자, 사회학자 그리고 철학자들도 가장 큰 포스트 코로나시기의 위기를 정신건강의 위기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중의 가장 큰 사건을 우울, 자살과 현상이 집단으로 나타날 것을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언급을 가장 많이한 유명 철학자 중 하나인 지젝은 코로나를 겪으며 나타날 위기 네 가지를 의료붕괴, 국제 분쟁, 경제 위기 그리고 정신건강의 위기로 꼽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위기를 정신건강의 위기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세대라고 불리우게 될 2020년 이후의 성장기 세대들, 청년들을 위한 국가와 세계의 과감한 미래 지향적 전환에 따른 관심과 지원, 그리고 새로운 체제의 등장이 없다면, 그들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경험한 집단외상의 증상과 징후들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나태한 것이 아니라 위기인 것입니다     


아마 그 대표적인 현상은 지금 이미 나타나고 있는 무기력과 혼란, 그리고 불안과 공포에 따른 마비입니다. 

어른들은 이를 게으름, 나태 혹은 연약함, 불성실로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또 어느 정도 그런 측면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손 치더라도) 보통의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작금의 시대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를 이겨내면서, 지구 환경 위기, 청년들의 취업 위기, 학교에서의 교육 중단과 관계 위기, 미디어를 통한 온갖 종말론적 예고들, 무한경쟁 승자독식 사회에서의 생존 위기, 세대간의 소통 곤란 이라는 상황을 돌파하고 우뚝 서서 이 시대를 헤쳐 나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 오늘날 현실입니다. 

일부에서는 아주 심각한 대감염과 죽음을 겪는 미국, (그래서 미국의 소아과 의사들은 미국내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 자체가 응급상태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하였는데), 그런 나라와 우리는 다르다고 말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로 하나로 연결된 세상이라고 해야할까요? 드라마 하나로 서로 연결되고, 노래로 연결되고, 메신저, 유투버로 연결되는 글로벌 사회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흐름은 연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소년, 청년들도 큰 흐름 속에서 마음 속 깊은 내상에 혼란스럽고 아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대담한 전환      


집단 외상에 처한 아동, 청소년,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세심하면서도 대담한 전환을 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의 차이가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나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단 외상의 상흔을 안고서, 그들이 살아가야할 미래의 희망을 품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이해하는 어른이 많아져야 하고 이 상황을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지혜롭게 함께할 꼰대 아닌 어른들이 곁에 필요한 상황입니다. 

끊이지 않는 다양한 갈등, 지구의 파괴, 감염병의 확대, 불평등과 격차와 차별과 혐오, 악마화된 미디어의 확산 등 인류의 여러 정신적 위기가 점철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유리 멘탈이 아닌 강한 멘탈로 마블 히어로우가 아닌 우리 아동, 청소년과 지금의 청년들이 헤쳐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공유하고 그들의 무대가 펼쳐지도록 도와야 합니다.      


생존을 감시하는 사회로의 후퇴     


만일, 우리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획기적 구상과 실천을 하지 않으면 철학자 한병철이 말한 ‘생존사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단지 생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매일 측정하고, 확인하고, 제출하고, 바이러스로부터 테러당하지 않기 위해 감시하고, 감시받고, 착취하고 착취받으면서 지내는 생활. 바이러스가 아니면 또다른 어떤 권력적 존재 (대자본과 정치집단)로부터 파괴당하면서 지내는 생활이 될 수도 있겠지요. 빅브라더 사회가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난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비대화된 국가와 독점화된 회사들의 영향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인간 개개인의 축소된 자유를 우려하는 철학자들의 성찰과 반론도 참고할 충분한 근거들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앞줄에 서 있는 아감벤의 주장은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킨 부분도 있지만, 또 한 편의 균형을 잡아주는 추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국가의 인권을 침해하는 개입과 소상공인을 먹어삼킨 대자본들, 또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지적 재산권의 독점은 세상의 불평등을 강화하는 강력한 구조이고 이로 인해 우리는 더욱 불안해집니다. 부조리한 권력에 의해 개인이 말살된 수많은 역사적 상처를 일차대전, 이차대전, 또 여러 국지전, 그리고 일상에서의 의료사고, 의료실험, 또 지역에서의 불평등한 여러 시장에서의 경쟁과 압박 등등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우리 유전자 안에도 있고, 무의식, 의식 안에 모두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강력한 힘들이 우리를 통제하고 감시하고 때로는 무지로 위반하는 일이 생기든, 알지만 통제불능의 상태로 위반하든 그 규칙의 위반에 대해 우리를 벌레 취급하듯이 고유성을 말살할 위험에 대해 알고, 그저 생존하기 위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위협을 이미 청소년, 청년들은 상당히 받고 있습니다. 특정 프로그램을 익혀라, 특정 기술을 익혀야 살 수 있다라는 압박 안에는 이미 그런 생존의 협박이 담겨 있음이 감지된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미래 

바이러스는 아이들의 몸을 파괴하지는 않지만미래를 파괴했었다’ 이 말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과거의 역사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감염병의 현실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복지 지원의 중요성을 알린 타임지 기자 제이스 드팔이 작년 뉴욕 타임지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중요 문구로 강조해했었습니다.       

‘바이러스는 아이들 몸을 파괴하지는 않지만, 미래는 파괴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습니다. 왜냐하면 바이러스로 인한 고립과 거리두기는 아이들의 신체를 제한하게 되고, 제한된 신체는 고립된 공간에 갇히게 되면서 신체 마저도 파괴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충분히 알게 되었습니다. 즉 바이러스는 아이들 몸을 간접적으로 파괴하고 미래는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다양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맞는 말입니다.      


모두를 위한 새 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 이후 역사는 다양한 결과를 말해주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요?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에서 감염병이 전해주는 중대한 메시지로 작가인 그가 결정한 것은 “모두가 새 출발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였습니다. 우리가 어떤 새 출발을 기획해야할까요?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이제 기획자가 되고 사유자가 되어야 하며, 이 시대의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지젝은 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새로운 일상을 꿈꾸겠다고 하는 그 마음을 여러분은 기억하십니까? 

아니면 벌써 잊으셨습니까?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기고 있는 상처, 

우리 아이들에게 남기고 있는 상처들을 맑은 눈으로 보면서, 그 상처를 치유하면서, 

이 대감염의 메시지를 온 몸으로 깨달으면서, 

우리 자신을 새롭게 회복하 수 있는 새로운 실천 한 두가지라도 시작해야하겠습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해, 희망을 만들기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해야하겠습니다. 

당신의 시작이 우리를 새롭게 하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미래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함께 깨어서 주변의 분들과 함께 사소한 것이라도 시작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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