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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정은 Jan 11. 2024

[책 읽는 엄마]

'가난한 사람들'  책 리뷰

"그는,  어두운 우연에 몸을 맡긴 채 힘든 싸움을 해왔다.

비가 오건 돌풍이 불건, 그는 바다로 나가야 했다."


쟌니는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밤새 기도한다. 쟌니의 머릿속에 거친 파도와 싸우다 지쳐 패배한 남편의 잔상이 어른거린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바다에 나간 남편을 도우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아이들이 더 커서 남편을 따라 바다에 나가면 아이들이 더 어렸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거라며 생각을 갈무리한다.


 쟌니는 외투를 걸치고 호롱불을 들고 밖으로 나선다. 돛대 위 신호에 불꽃이 피워졌는지 확인할 시간이다. 어둠 속 물결이 넘쳐나지만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다. 비줄기만 거칠게 내리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그녀의 눈에 낡아빠진 오막살이가 흐릿하게 나타난다. 빛도 불도 없이 문이 바람에 건들거리고 있다. 쟌니는 문득 그곳에 아이들과 살고 있는 과부가 떠오른다.  급하게 오두막으로 향하고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두운 집 안으로 그녀의 호롱불이 일렁인다. 쟌니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다 무서운 형체 하나를 발견한다. 과부가 죽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다. 그 옆으로는 두 어린아이가 요람 속 아무런 걱정 없이 잠들어 있다. 과부는 자신의 외투로 그들의 발을 윗옷으로 그들의 몸을 덮어주며 서서히 죽어간 거다.


 쟌니는 급하게 외투 속에 무언가를 감추고 오두막 집을 나온다. 빗줄기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물결이 경고등을 울려댄다. 쟌니는 집에 돌아와서도 죄책감에 시달리며 간절히 기다리던 남편이 돌아올까 겁을 낸다. 

그러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남편 들어온다. 두려움도 잠시 남편을 발견한 쟌니는 열정적으로 남편을 반긴다. 비롯 빈손이지만 다시 만난 것에 둘은 기뻐한다. 


쟌니는 남편과 일상을 나누다 오두막 집에 사는 과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남편은 쟌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치며 과부의 집에 있을 아이들을 걱정하며 데리러 가자고 한다. 


"우리 애들과 형제자매가 되어 사는 거지. 그 꼬마 계집애와, 사내는, 우리에게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해 주겠지. 나도 술 대신 물이나 마시고, 일도 두 배로 하리라."


쟌니는 남편의 말에 커튼을 젖히며 말한다. 


"그 애들이 여기 있지요."


쟌니는 신앙심 깊고 지혜로운 여인이다. 그런 여인과 사는 남편은 호탕하고 대인배 같다. 거친 바다에서 시달리고 심지어 빈손으로 들어왔음에도 사랑하는 아내를 챙기고 이웃의 죽은 과부를 안타까워하며 아이를 데리고 오자는 말에도 망설임이 없다. 


두 사람을 보고 있자면, 진짜 가난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돈이 없어 가난한 것이 가난한 것인지, 

내가 더 잘 살기 위해 남을 위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난한 것인지, 

어느 것이 진짜 가난한 것인지 말이다. 


학창 시절 가난한 사람들을 읽고 나라도 쟌니처럼 그 아이들을 구해줬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가난해도 돈이 없어 가난한 것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보니 어느새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돼버린 거 같다. 다른 이들보다 내 아이들의 안위가 더 중요하고 아이가 누릴 것을 줄여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마음에 부담감으로 느껴진다.


쟌니를 보며 할 수 만 있다면 내 마음의 가난함을 지워버리고 내 아이들에겐 마음의 부유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스치듯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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