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러비' 책 리뷰
"아, 사랑이여. 아, 사랑이여!"
주인공 소년은 친구 맹간의 누나를 짝사랑한다. 맹간이 누나를 괴롭힐 때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어느 날부터 그녀의 나풀거리는 옷과 부드럽게 땋아 내린 갈색 머리카락에 시선을 빼앗긴다.
아침마다 자신의 집 앞쪽 응접실에 누워 그녀의 집을 바라보며 그녀가 현관문에라도 나오면 주체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낀다. 그녀가 없는 곳곳에서도 그녀를 떠올리며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건다. 애러비 장에 구경 갈 계획이 있냐는 단순한 질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수녀원에서 하는 묵상회에 가야 해서 가지 못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넌 한 번 가보는 게 좋을걸."
"혹시 가게 되면 너한테 뭐라도 사다 줄게."
소년은 그녀의 말에 애러비에 갈 것을 결심을 한다. 장을 가려고 한 날 때마침 아저씨가 늦게 집에 돌아오고 소년은 2실링을 받아 애러비로 향한다. 기차를 타고 먼 길을 나섰지만 도착해서도 입구를 찾지 못해 1실링을 문지기에게 건네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장은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다. 몇몇의 문 연 상점들이 보이지만 상점에서 파는 물건들은 값비싼 그릇들이다. 소년이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이어진 소년의 허탈감, 상실감이란... 소년은 고뇌와 분노로 마음이 타오름을 느낀다.
소년에게 에러비는 첫사랑 그녀에게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애러비에서 느낀 허탈감을 통해 그녀에게 가는 길이 얼마나 어리석고 허망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가끔 7살 딸아이가 oo가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아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애러비'를 읽으면서 내 아이는 어떤 첫사랑을 하게 될 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년의 순수한 마음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애러비에 도착해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았을 때 느꼈을 허탈감을 떠올리니 왠지 마음이 시큰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