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호주 시드니
더들리 페이지를 떠나 도착한 곳은 갭 파크(Gap Park)입니다. 1974년 영화 "빠삐용" 촬영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워낙 오래전이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토요명화" 또는 "주말의 명화"에서 해주던 걸 본 적이 있기에 괜히 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주차장부터 모든 순간들을 기록했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거에 별 관심이 없었던 터라 중요한 장면만 몇 장 담은 것이 전부입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까 하는 후회가 계속 듭니다. 아무리 투어 관광이라고 해도 이 절경을 사진 몇 장으로 퉁 치다니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갭 파크는 절경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는데, 얼마나 아름다우면 이곳에서 삶을 끝내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구조를 해서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이왕 죽는 거 아름다운 곳에서 떠나고 싶었다는 대답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해외에서 자살을 하려고 이곳으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니 사진에 보이는 펜스를 훨씬 더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저기 보이는 절벽이 "빠삐용"에 나온 곳 같다고 아는 척을 해봤는데, 사실 저기까지 갭 파크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나중에 영화를 다시 봤더니 마지막 10분 정도를 갭 파크에서 찍은 것 같았는데, 특히 주인공이 바다로 뛰어내리는 클라이맥스 장면에 갭 파크의 절벽과 바다가 크게 한 몫을 했습니다. 사실 영화에서는 프랑스령 기아나였는데 말이죠~!!!
오랜 시간 파도에 깎이고 깎여서 반듯하게 만들어진 바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듣기로는 돌계단이 있어서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정해진 시간에 여러 곳들을 돌아야 하는 투어 관광에서 그런 것까지 바라면 무리겠죠~??? 지금 같으면 어떻게든 내려가서 사진을 찍었을 텐데... 근데 사실 파도가 너무 세게 쳐서 무섭기는 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거슬렸던 것이 바로 안전 펜스. 풍경이야 펜스 위로 찍으면 되지만, 사람이 들어가면 어떻게 잡아도 다 걸려서 무척이나 얄미웠습니다. 물론 목숨을 걸고 찍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이드 여학생이 계단 위에서 잘 찍어주어 이렇게 어머니와 한 장 남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