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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박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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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리 May 17. 2024

당신은 나를 부러트릴 수 없다

당신은 나를 부러트릴 수 없다

당신은 나를 불행하게 할 수 없다


당신이 껍데기만 보다가 스스로 껍데기가 되어

쥐어진 무기에 자신의 생명력을 바치고 끈적하게 붙어버리는 순간

당신은 더이상 당신을 잃고 오로지 무기에 의존해서 존재함을 느껴야 한다

그 끝없는 갈증은 당신을 불쌍하게 하지만

당신의 불행에 내가 나누어 줄 관심은 없다


나는 나를 잃어버릴 수가 없다

나는 오직 나를 잃어버리는 것에 실패해버린다

나의 행복은 당신에게 투쟁이다


나는 고통스러워도 행복할 수 있고

좌절해도 행복할 수 있고

비참해도 행복할 수 있고

슬퍼도 행복할 수 있다


나의 행복은 오직 나의 살아있음에서 나온다

살아있음은 마르지 않는 행복의 바다다


나의 행복과 살아있음엔 그 어떤 저의도 없다

인과관계도 의도도


그냥 행복하고 그냥 살아있고 그냥 사랑한다


그래서 온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과 그냥 연대하고 있다

애초부터 혼자가 아니었다

굳이 연대를 이루려 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냥 그러하다


모이고 웃고 행복하고 사랑한다

반짝이는 눈빛과 터지는 웃음과 연약함과 서로의 그러함을 누린다

해가 뜨고 구름이 지나가고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흙냄새를 풍기고 태어나고 또 죽듯이


그 생명력이 뭔지도 모르고

죽여서 취하려고 하는 당신의 죽은 군단은

흡혈귀와 좀비와 전염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들의 세상을 어지럽힌다

두려움을 키운다


당신의 시민들이다

당신의 학생들이다


온세상은 이미 당신과 함께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그걸 몰라서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


그리고 나는 또 당신과 세상을 함께한다

나는 그저 살아있을 수밖에 없어서 그냥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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