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 강의할 때 뭐했어? 강의할 때 잤어요...ㅠㅠ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이야기라고 봐야 한다. 보통은 우리에게 그냥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단편 뉴스'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연에서 교사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 주제로 이야기하면 무지 집중도가 높다. 모두가 처음 알게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올해 5월,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요원으로 발령이 나서 충남 아산시에 있는 관사에서 잠고 자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 1시기 조금 넘어서 전화벨이 울렸다. 지역번호가 032로 되어 있었다. 전화를 받았더니 모 지구대 팀장님이셨다. 모르는 분이신데. 이 새벽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한 시간전부터 지구대로 들어와 말도 않고 앉아만 있다는 것이다. 지구대 직원들이 모두 동원되서 학생에게 말을 걸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머리 숙여 앉아 있다고만 했다. 갖은 방법을 다 써봤지만 학생은 입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학생에게 혹시 누구 연락할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내 연락처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연락을 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
전화를 끊고 인천으로 올라가면서 하나가 생각이 났다. 학생이 지구대에 들어와서 아무말도 안하고 1시간째 앉아 있다면 분명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왔는 데 막상 말하려니 난처한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할 만큼의 고민이 있다는 건데 그게 뭘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몸캠. 그것 밖에 없었다. 그게 맞다면 지구대를 찾은 학생의 행동은 무척 다행스러웠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이 몸캠을 당하면 거의 망연자실해한다. 청소년들 말로 '유체이탈'이 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 '몸캠'을 당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왜냐하면 너무 수치스럽기 때문에 감당이 안되는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신체영상이 다른 친구들에게 유포되면 학생은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이성을 잃게된다. 그래서 올해 초 이 '몸캠'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느 남학생의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한 시반 반을 달려 모 지구대에 도착했다. 지구대를 들어갔더니 마치 팬더같은 사내 놈이 하얀 바탕에 물방울 무니가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는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것도 쇼파 한 귀퉁이에서. 일단 어깨를 다독거리고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지구대 팀장님께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지구대 직원들이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끈질기게 물어봐 준 노력이 너무 고맙다.
아는 친구는 아니었다.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1주일 전에 학교에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연락처는? 연락처를 몰랐는 데 아는 친구들한테 수소문했더니 아는 친구가 알려줬다고 했다.
"몸캠이지?"
"네..."
"언제 그런거야?"
"2시간 전에요..."
"돈은 보냈어?"
"아뇨, 돈이 없어서 못보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지구대를 생각한거야?"
"지구대 가서 경찰관 아저씨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려고 했어요..."
"신고하러 간게 아니고?"
"네..."
"일주일 전에 강의를 들었다며? 그떄 아저씨가 무지 열강하면서 몸캠 조심해야한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때 잤어요..."
잤단다. 이런. 쩝...
학생을 데리고 가면서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관할 경찰서로 지금 오시라고. 그리고 학생과 부모님을 관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당직실에 인계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당부드렸다. 절대 아이를 혼내서는 안됩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까요. 이 시점에서 야단을 치면 아이는 정말 자괴감에 빠져들어 더욱 힘들어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절대 혼내시면 안됩니다.
몸캠의 수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 자녀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 자기방으로 들어간다. 자기방에 들어간 자녀는 자기 스마트폰으로 유투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카**톡을 하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이때, 프사(프로필 사진)가 무척 이쁜 어느 여자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노크를 받는다. 그여자는 무척 상냥하다. 그리고 하는 말도 너무 이쁘다. 마치 우리 자녀를 유혹하기에는 딱 적합한 캐릭터인 것이다. 그렇게 낯선 여자가 노크를 하면 대부분의 자녀들은 '친구추가'를 허락한다. 왜? 프사가 이쁘니까.
그렇게 처음 대면한 여자와 자녀는 평범한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 여자가 적극적으로 친밀감을 앞세우며 자녀에게 접근한다. 일상적인 대화를 가지고 친밀감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자녀도 편하게 대화를 이어 나간다. 아무런 의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딱히 범죄로 보일만한 요소가 전혀 없으니까 우리 자녀는 안심하고 대화를 이어 나간다. 그렇게 대화를 10분 가량 했을까? 그 여자는 작별 인사를 하고 나가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날 비슷한 시각에 다시 여자가 노크를 한다. 또 어제와 같이 일상적인 대화로 친밀감을 쌓는다. 그리고 10분 후 다시 나간다. 이것을 반복하며 일주일 가량을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 디데이. 비슷한 시각에 또 들어온 여자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자녀를 유혹한다.
"오늘 나 야한 이야기 하고 싶은 데 어때?" 하며 자녀를 유혹하고 자녀는 그동안 친밀감도 쌓았겠다 딱히 내가 잃을 것도 없으니 '고맙습니다' 하고 응한다. 그러면서 여자는 자녀에게 화상채팅을 하자고 제안한다. 시스템을 잘 모르는 것을 대비해 여자가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화상채팅을 까는 방법을 다 알려준다.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라*'이나 '스***프' 같은 무료 화상채팅 프로그램이다. 이 화상채팅을 깔면 이어서 바로 여자가 자녀에게 다 벗은 자기 몸을 보여준다. 약 1분 가량. 그리고서 자녀에게 이야기한다. 나도 보여줬으니 너도 보여달라는 식이다. 자녀는 이미 흥분한 상태에서 유혹을 뿌리치기란 어려운 지경이다. 그러면서 여자가 제안을 한다, 같이 자위를 하자고. 유혹에 넘어간 자녀는 함께 화사채팅을 하며 자위를 한다. 그러다 1분이 지났을까? 아무 말도 없이 여자는 나가버린다. 그리고 이어서 낯설은 남자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날라온다. 내용은 섬뜩하다.
"음... 손님, 방금 영상촬영 아주 잘 됐습니다. 화질도 좋구요. 각도도 아주 좋네요. 내일까지 계좌로 200만원 보내주세요. 만일 안보내주시면 이 영상을 친구들이 다 볼수도 있습니다."
자녀는 순간 얼음이 된다. 뭐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파악한 후에야 범인한테 부탁을 한다. 사실은 고등학생이라 돈이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럼 범인이 봐줄지 알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범인은 특별한 말도 없이 학생이 다니고 있는 친구들 몇몇을 불러 모아 단톡방을 만든 후 이 영상을 올려버린다. 어떠하 댓구도 할 수 없게끔 말이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지금은 몇명이지만 내일까지 돈을 안보내면 학급반 전체 단톡방을 만들어서 올릴거에요." 라고.
이 상황이 되면 자녀는 어떤 기분이 들까? 앞에서 말했지만 그야말로 망연자실 해진다. 또 누구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까? 없다. 그 순간에는 도저히 생각나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영상이 너무 치욕적이기 때문에 감히 이야기 조차 꺼내지를 못한다.
그러면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일단 두가지 방법이 있을거다. 첫번째는 돈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보내면 범인이 '고맙습니다' 하고 영상을 영원히 삭제를 해줄까 라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크나큰 약점을 가지고 있는 범인은 처음에는 물러나는 듯 하겠지만 아쉬울때면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까? 그다음 두번째는 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돈을 주지않으면서 모든 SNS를 탈퇴하여 범인이 피해자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건 얼핏 보기에 너무 무모해 보인다. 그런데 이 방법이 맞다. 일단 모든 SNS를 탈퇴하고 휴대폰까지 바꿨다면 범인은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거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인은 두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도망을 갔으니 혼나봐라는 식으로 영상을 무작위로 유포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는 그 대신 다른 피해자를 찾는 것이다. 대부분 범인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예상을 깨고 대부분의 범인들은 유포 대신 다른 피재를 찾는다. 왜일까? 바로 유포를 할 수록 자신의 위치가 노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유포가 될 것을 대비해 자녀의 연락처에 있는 모든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피해를 입은 자녀가 해킹을 당해 합성이 된 영상이 유포되고 있으니까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하는 문자를 보낸다. 이 것이 지금 현재 유통되고 있는 '몸캠'의 범죄 구조다.
그럼 도대체 단지 화상채팅을 했을 뿐인데 어떻게 자녀의 정보가 모두 범인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것은 상호간에 화상채팅을 연결하는 순간 자녀 모르게 정보를 빼내오는 '악성프로그램'을 자녀에게 보내는 것이다. 이 악성프로그램은 자녀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 화사채팅만 연결하면 자동으로 침투하여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허락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수년간 '몸캠'에 대한 예방 강의는 끊이지 않았다. 올해도 전국 강연을 통해 범죄에방교육을 하면 항상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 '몸캠'이다. 그럼에도 매년 5건 이상의 몸캠 상담을 받고 올해만 들어서도 벌써 피해상담이 5건이나 된다. 다행히 신속하게 대처해서 지금까지 영상이 유포된 적은 없었다.
이렇게 되면 부모는 자녀에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줄 필요가 있다. 어떠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아빠, 엄마는 너를 이해한다는 것을 항상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구체적인 것이란 때로는 예를 들어도 된다. 그것도 힘들면 최근에 이런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더라. 그러니까 이런 저런 형태를 띄면서 접근하니까 항상 조심해야한다고 이야기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일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무조건 부모한테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 결국, 자녀의 안전을 관리하는 건 자녀가 부모를 바라보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이 것은 분명 우리 자녀의 '안전'과 밀접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