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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Aug 05. 2016

새벽에 운전하는 청소년

청소년들이 무면허를 하고 있다.

늦은 시간, 페**북 친구인 학생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무면허에 뺑소니를 해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단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라고 하면서 천천히 말해보라고 했다.

엄마 면허증만 있으면 쉽게 렌트할 수 있어요


한 달 전, 학교를 안 다니는 친구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엄마 면허증만 있으면 요즘 어플로 쉽게 차를 렌트할 수 있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렌터카 어플은 스마트폰으로 신청해서 운전면허 번호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본인 인증절차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운전면허번호만 승인되면 원하는 날짜, 시간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고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많은 시간을 빌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돈이 없기 때문에. 시간당으로 대여하는 것이 요즘 렌트의 특징이라며 손쉽게 몇 만 원만 있으면 두 시간 정도는 친구들과 또는 여자 친구를 옆에 태우고 차량이 별로 없는 새벽시간을 질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5번은 괜찮았는 데 6번째 이렇게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고가에서 내려오면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박고 겁이 나서 도망쳤는 데 피해 운전자가 신고를 해서 내일 조사를 받으러 간다는 내용이었다.

- 당시 학생이 예약한 렌트카 확인 문자 -


그게 가능한 지 해보았다. 젠장, 사실이다.


무면허에 뺑소니. 일반 어른이라면 구속감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는 재학생이라면 구속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학교를 나간 지 좀 오래됐다고 한다. 이 친구의 운명은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또 문제는 있다. 사고를 냈으니 렌터카 수리비와 피해차량의 수리비 그리고 피해 운전자의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험도 없다. 엄마의 신분을 속여 계약을 했으니 계약위반으로 보험적용도 받지 못한다. 답이 안 나온다.


일단, 조사를 성실히 받으라고 했고, 내일부터 당장 학교에 충실히 나가라고 했다. 딱히 여기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미 일이 벌어졌으니까.


학교를 그만두었거나 좀 나대는(?) 청소년이라면 손쉽게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는 팁 정도는 거의 다 알고 있다. 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능력으로 충분히 빌릴 수 있다는 게 그들에게는 매력적이다. 판단력이 흐리고 분별력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모바일 렌터카 어플은 치명적인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청소년들의 생명도 손쉽게 앗아 갈 수도 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어플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어플이 버젓이 청소년들의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을까? 대체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년을 손쉽게 범죄자로 만드는 이 어플이 어떻게 허가가 되었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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