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아이들 주변에는 항상 아는 오빠가 있다.
새벽 2시다.
이 시간에는 청소년들에게 전화가 와도 벌떡 일어나서 받는다. 아니 받아야 한다. 모르는 번호가 뜨더라도 달리 청소년 말고는 전화가 올 일이 없기 때문에 전화는 무조건 받는다. 전화를 받으면 청소년들은 예의가 없다. 다짜고짜 아저씨 저 누군데요 지금 사고가 생겼는 데 어떻게 해야 돼요?라는 식이다. 늦은 시간 전화하는 아이들에게는 밤늦게 죄송한데요 라는 말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게 요즘 청소년들이고, 조금 걱정되는 친구들에게는 당연한 행동이다. 예절을 배우지 못했다는 게 이유지만 그런 예절을 가르치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도 있다.
모르는 번호가 뜬다. 받았다.
"아저씨 저 엊그제 상담했던 학생의 친구인데요.
제가 지금 큰일이 생겨서요."
자신은 얼마전 상담했던 여학생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는 오빠랑 차를 타고 노래방을 갔다가 차에서 내리면서 벽에다 문콕을 했는 데 오빠 차량이 스크래치가 났다며 수리비를 요구한다고 했다. 금액은 20만원. 그런데 그 학생은 이상하다고 했다. 문콕은 했지만 당시에 걱정되서 문을 확인했을 때는 문이 찌그러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부딪치지도 않은 문고리가 손상이 되었다며 자기한테 수리비로 20만원을 달라고 지금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저씨, 저 어떻게 해야 돼요?"
학생으로부터 위치를 확인하고 관할경찰서 상황실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출동하는 지구대 경찰관 연락처를 받아서 상황을 미리 설명을 해줬다. 그러면서 실제 손상된 부위가 있는 지와 스크래치 부위와 부딪친 벽 부위의 높이를 꼭 재서 확인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상식적으로 부딪친 게 맞다면 높이가 맞아야 할 것이고 시멘트와 철에 따라서 파손 모양도 달라지기 때문에 유심히 봐달라고 부탁드렸다.
몇 시간 뒤 출동했던 지구대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금 돈을 요구했던 오빠들을 '공갈죄'로 입건해서 형사과로 인계할 예정이라고 헀다. 신고했던 학생이 형사처벌을 원한다고 했던 모양이었다. 입건당한 오빠는 23살이라고 했다. 새벽시간에 이제 열일곱살 청소년들과 노래방을 가는 것도 웃기지만 돈없는 청소년들을 협박해서 또 다른 목적으로 접근할려고 머리를 굴렸다는 게 너무 화가 치밀었다.
사건이 마무리 된 후 상담한 학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새벽시간까지 돌아다니면 이런 범죄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운이 좋았지만 나중에는 더 큰 범죄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항상 사람을 사귀는 데 조심하라고 일러두었다.
전화를 끊었는 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뭐랄까 허공에 대고 막 이야기를 한 기분 같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