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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Oct 09. 2019

자녀의 세대이론 : 충분한 문자 <이모지>

부모는 <이모티콘> 세대, 자녀는 <이모지> 세대.

지금, 

자녀에게 문자 즉, 텍스트(Text)는 의사소통의 전부다. 혹시 자녀가 전화로 친구와 통화하는 걸 본 적이 있을까? 생각보다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자녀의 모습은 부모로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자녀들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다. 쉽게 말해, 자녀는 <통화>보다는 <문자>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한다. 비용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녀 세대의 특징이라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자녀는 <음성 통화>보다는 <문자 전송>을 더 좋아한다. 또 <문자 전송> 보다는 지금 자녀는 <그림 문자>를 사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여기서 <그림 문자>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또 우리 부모들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 <이모티콘>과 <이모지>를 말한다. 그러니까 의사소통 방식에서도 자녀는 부모세대와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일단,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이모티콘>과 <이모지>를 간단하게라도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


일단, <이모티콘>은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문자>와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하여 만든, 보통 인터넷상에서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그림 기호다. 예를 들면, ^^ 이것은 우리가 문자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 중에 하나다. 스마트폰 자판에 들어 있는 문자 도구를 가지고 감정을 표현하는 일종의 <감정 문자>를 표현한 것이 <이모티콘>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이모티콘으로 <-_-,ㅇㅅㅇ, ^▽^, ^ㅇ^, ㅠ_ㅠ > 등이 있다. 이처럼 <이모티콘>이란 스마트폰에 있는 문자와 기호, 숫자를 활용 또는 결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새로운 문자 말한다. 그래서 <이모티콘>이라는 이름 또한 영어의 Emotion(감정)과 icon(아이콘)을 합서 만든 단어다.


그럼 낯선 이름, <이모지>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이모지>는 단어 자체는 좀 생소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가 많이 사용해왔던 것이다. 특히 우리 자녀들이 <카**톡>이나 <페**북>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거나 글을 쓰는데 자주 사용하문자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림 문자>다. 그러니까 <이모티콘>은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문자, 부호, 숫자 등을 결합하여 창의적으로 그림처럼 만들어낸 문자라면, <이모지>는 아예 처음부터 그림을 만들어 이를 마치 문자처럼 전달하여 소통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모지>는 스마트폰의 문자와 부호, 숫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림형태로 만들어진 것을 말하며, <이모티콘>과 마찬가지로 주로 사람의 <감정>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한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에 등장한 <*오 프렌즈>다. 지금은 <카*오 프렌즈>가 대중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대화의 기능을 끌어올려주는 대표적인 그림 문자가 되었지만 <이모티콘>만 있을 당시만 해도 매우 생소한 형태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17년 이후부터는 GIF(움직이는 그림)라는 그림 문자까지  등장하여 현재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류학적으로 살짝 설명하면, 인류 최초의 문자는 이집트의 상형문자(Hieroglyph), 중국의 갑골문자(甲骨文字),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Cuneiformscript)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초기 형태의 문자들은 모두 다 그림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그림 문자와 상형 문자는 소리 문자를 거쳐 긴 시간의 변천 과정을 통해 지금의 <현대 문자>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다시 최초의 문자였던 <그림 문자>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우리 자녀들이 있다.


실, <이모지 - emoji>는 우리 부모들도 많이 사용하는 언어.

지금의 <이모지> 중에는 매우 재밌는 것도 많아서 기분이 우울하거나 화나거나 짜증이 날 때 이러한 <이모지>를 상대에게 보내면 자신의 기분도 풀리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좀  사용한다는 사람이라면 이모지에 대해 기본적인 <애착>이 있다. 또 대분의 감정을 진지하게 표현하지 않고 희화화하여 표현함으로써 사용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효과까지 있어서 애착과 위로를 좋아하는 우리 자녀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딱>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이모티콘>이든 <이모지>든 둘 다 공통점은 문자가 전달하지 못하는 <미세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문자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 자녀들은 왜 <이모지>를 더 선호하는 걸까?


우선, <이모지>의 혜택은 <이타적> 관점이 존재한다.

무슨 말이냐면 나의 기분을 전달하는 방식이 내가 털어놓는 느낌으로 보이기보다 마치 다른 사람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의 기분을 대신 전달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끌린다는 것이다. 대체로 기분이 좋을 때나 별로일 때 혹은 짜증 나고 화가 날 때 나의 복잡 미묘한 기분을 표현해주었으면 하는 심리적 기제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이 <이모지>의 매력이다. 수줍음이 많고 자기 속마음을 쉽게 잘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자녀 세대에게는 꽤 유용한 표현방식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변덕이 심한 자녀에게 <이모지>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자녀들은 그 심리 세계가 복잡하고 미묘하며 하물며 전환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그때그때 기분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현재 나의 기분을 대신 표현해주는 <이모지>가 끌릴 수밖에 없다. <이모지>가 주는 가벼운 느낌이 꽤 마음에 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녀가 <이모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문장력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지금의 자녀들의 국어실력은 예전 세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읽기>, <쓰기> 그리고 <말하기> 모두, 자녀가 사이버 공간에서 거주하다 보니 이러한 <리터러시 - literacy>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이모지>는 특히 자녀들의 <쓰기>와 <말하기> 기능을 효과적으로 대체해주는 매우 요긴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모지>를 많이 사용하는 자녀일수록 표현력에 영향력이 미치지 않을지 고민이 된다. 결국, 그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부담 없이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은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이모지>라고 할 수 있겠다.


결코, 심각하기 때문에 <이모지>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녀와의 소통에 있어서 <이모지>를 굳이 활용하라는 뜻도 아니다. 물론 부모가 자녀에게 <이모지>를 보내는 행위 자체는 자녀에게 꽤 효과가 있을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들의 문화를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감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지난 글에서 자녀는 부모의 행위보다는 그 행위를 이끌어내기까지의 <마음>을 더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냥 가볍게 <이모지>는 그냥 자녀들의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 낸 전형적인 의사소통의 문화라는 것만이라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고 보니 공교롭게도 오늘이 한글날이다.

<문자>가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류가 <의사 전달>의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자>는 언제나 시대와 세대를 반영하는 척도였다. 부모의 세대가 그랬고, 부모의 부모 또한 그랬다. 그리고 지금 자녀의 문자가 새로운 자녀 세계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자녀가 사용하는 <이모지>가 단순히 가벼운 익살을 위한 <언어>라고만 보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다.


분명한 건 <이모지>는 엄연한 자녀의 <문자>이고, 현재의 감정이 녹아 있는 <상태>이며 또한 자녀의 감정을 수월하게 엿볼 수 있는 <힌트>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는 딸의 <표정>을 보고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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