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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Mar 10. 2017

다행히 마포대교에서 찾았다.

청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아이들이 갈 곳을 잃어버리는 추세

추세가 그렇다.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결국 막다른 길에 이른다는 것. 내 눈에는 마치 나쁜 전염병 같아 보여 마음이 안타까울 정도가 아니라 두렵다. 


밤 10:00, 지역 청소년상담센터 소장님의 전화


평소 청소년 문제 때문에 자주 의견을 나누고 있는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님으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한 점과 딱히 사안이 급해서 연락드릴 사람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말은 안 했지만 간곡한 부탁의 목소리였다.  


"아이가 지금 자살하겠다고 문자를 남기고 연락이 되지 않아서요. 너무 당황해서 경위님 밖에 생각이 안 나서 연락드렸어요"
"일단 신고부터 해야 하니까요. 부모님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절차를 설명해 드릴게요. 아참, 그 학생 연락처도 보내주세요."


매뉴얼을 모르는 분이 아니다. 청소년 상담 업무만 20년 넘게 한 분이 자살 연락을 받고 어떻게 하는 지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당황을 하게 마련이고 소장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사실 나도 5초 동안 당황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자살하려는 아이가 있어요


소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끊은 후 곧장 학생의 어머님과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위치추적이 우선이니 자살의심으로 112 신고를 하라고 절차를 알려드렸다. 그리고 소장님이 보내준 아이의 연락처로 전화를 수회 했지만 통화는 되지 않았다. 시계를 보고 전화를 하고 받지 않고 다시 시계를 보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5분간을 이 과정으로 반복하다 경찰서 상황실로 신고 접수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담당 경찰관에게 긴급한 상황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휴대폰 위치 값이 뜨는 관할 경찰서에 똑같이 상황을 설명해서 긴급히 구조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학생에게 전화를 했지만 역시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상황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스마트폰 위치 값이 원거리 지역에 뜨는 데 전화번호 확인을 부탁했다. 어머님께서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전화번호를 잘못 알려드렸던 것이다. 경찰서 상황실에 학생의 연락처를 다시 알려드리고 서둘러 공조 요청을 부탁했다. 


우울증이었다.


그 사이 상담센터 소장님과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은 지난해 지역 모 특성화고에 다니다가 학교에 적응을 못해 자퇴를 하고' 학교 밖 청소년' 신분으로 상담센터와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검정고시를 준비하여 올해 지역 간호전문대학에 입학한 친구라고 했다. 성품은 착하고 인성이 매우 좋은 친구이지만 고등학교 당시 반항의 시기가 길었고 가출한 전력도 많았다고 했다. 더구나 홀 어머니 혼자서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특성화고를 갔다가 대학을 가고 싶어 자퇴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 합격 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2주 전부터 연락이 와서 상담을 했는 데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문자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소장님과 통화 중에 경찰서 상황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스마트폰 위치 값이 서울 마포대교로 확인이 되어 관할 지구대에서 신속히 출동하여 난간에 손을 올리고 먼 강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여 다행히 안전하게 구조가 되었다고 전해왔다. 감사합니다. 


어머님과 소장님이 아이를 데리러 올라가고 있는 사이 자살을 시도했던 학생으로부터 내게 전화가 왔다. 아마도 모르는 전화번호가 수회 부재중 통화로 되어 있는 것을 이제야 확인한 모양이었다. 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보통은 차분하지 않거나 아예 통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화를 해줬고 누군지만 확인하고 끊을 줄 알았는 데 대화까지 해줘서 고마웠다.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왜 그런 안 좋은 생각을 했니...라고 물어보는 건 말도 안 되는, 가장 안 좋은 대화법이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는 데 그리 많이 들어주지는 못했다.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통화는 약 10분 만에 끝났다. 


의견이 좀 달랐다. 

아이의 어머님과 상담소장님은 아이의 신변을 위해서 오늘이라도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겠다고 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고. 아이의 상태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아이를 입원을 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한번 더 고민을 해보자고 소장님과 어머님을 설득했지만 소장님 스스로도 지금까지의 상담 경험 결과 아이의 생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정확도는 나보다 상담소장님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3시간여 동안 병원 입원을 거부하다 어머님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다음날 출근길에 어머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지막이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고 했다. 아이가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자기 잘못이라고 했다. 나도 말했다.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무엇보다 지금은 자책보다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먼저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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