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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Oct 24. 2016

그건 알바가 아니었어요.

술 취한 아저씨들에게 액세서리를 파는 아르바이트

며칠 전 여학생이 물었다.

알바 면접 가는 데 이상한 곳은 아니겠죠 라고. 게다가 농담으로 장기 매매당하면 어떡하죠 라고. 그럴 리 없다고 했다. 아무리 강력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무서운 사회가 되었지만 모든 사례를 강력범죄로 연결시킬 만큼 걱정할 사회는 아니라고 말해줬다.


남고보다는 여고 앞이 많다.

여고 중에서도 인문고보다는 특성화고 앞이 더 많고. 아르바이트 인력이 필요한 업체는 다른 어떤 곳 보다 특성화고 학생들을 선호한다. 어리지, 말 잘 듣지, 급여에 약하지... 등등. 참 좋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고등학생 아르바이트다. 게다가 홍보 문구 또한 그들과 친화적이다.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귀엽고 친근감 있는 문구로 학생들의 인성을 자극하며 스스로 열심히만 하면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누구나가 현혹될 수 있는 그런 문구다. 사실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특성화고를 다니는 이 여학생도 그랬다. 

주말 시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데 마땅한 게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하굣길에 나눠주는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지를 보고 마음이 현혹됐다. 그리고 내게 메신저를 보냈다.

 

걱정이 된 나머지 같이 알아보기로 했다.

해당 업체를 확인했더니 인터넷에서는 구체적인 업체 정보는 없었다. 일반적인 구인 사이트에서도 문제없이 홍보하고 있었고, 해당 업체에 대한 비난댓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해볼 만한 거 아닌가 싶어 학생에게 일단 면접 분위기를 보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며칠 후 면접을 다녀온 학생이 메신저를 보냈다. 면접을 봤던 실장이라는 남자도 매우 젠틀하고 부드럽게 면접을 해줬고,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거라 자기만 열심히 하면 급여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면접으 보는 이유는 나름 판매하는 아르바이트생 외모도 중요하기 때문에 면접을 보는 거라고 했다. 일단 면접은 합격했다고 했다. 저녁시간에 일하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지만 고등학교 2학년 정도면 위험한 지 아닌지에 대한 분별력은 당연히 있다고 믿었다. 


이틀이 지나고 학생으로부터 메신저를 받았다. 오늘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는 데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건 아르바이트가 아니라고 했다. 그냥 '잡상인'이라고 했다. 무슨 말이지?


그날 저녁 9시. 

설레는 마음으로 아르바이트 사무실로 갔더니 면접을 본 실장님이 학생과 또래로 보이는 여학생들을 차에 태워 사람들이 많은 유흥가 한복판에 내려줬다고 했다. 그리고는 업체에서 판매하는 휴대폰 받침대와 로또 복권한 줄짜리를 끼어넣어 술 취한 아저씨 상대로 개당 만원에 판매하는 아르바이트라고 했다. 쉽게 말해 술이 취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저씨에게 접근하여 개당 3천 원도 안 되는 후진 휴대폰 받침대를 학생들의 애교로 판매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판매를 하고 밤 11시가 되면 다시 자신들을 데리러 차가 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판매한 금액과 남은 액세서리를 반납하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고 했다. 

 

 


신기한 건 몸도 잘 못 가누는 술 취한 아저씨한테 다가가서 사달라고 하면 아저씨가 딸 같아서 만원을 주고 사간다는 것이다. 결국 업체는 그걸 이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술집에 들어가서 판매도 하고, 길거리에 비틀비틀 걸어가는 아저씨한테 다가가서 판매를 하면 절반은 아저씨들이 사준다는 것이다. 실제 학생도 그렇게 해서 한 개를 팔았다고 했다. 


결국 학생은 첫날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만두었다. 오히려 학생은 하루하고 그만둔 것을 업체에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 없다고 했고, 정중하게 그만둘 수 있는 멘트도 알려주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는 학생들 중에는 중3학생도 있다고 했다. 화장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몇 달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보다 훨씬 더 판매를 잘한다고 했다. 그 친구는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 관할 노동청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할 때 요목조목 업체를 알아보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부모로서 또는 어른으로서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런 간섭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 절실히 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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