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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선 Nov 30. 2023

2천 5백 년 전의 질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지혜행복의길 그리고 공동체

2023.11.30. 겨울 문턱에서 진선 

 

어떤 대화

어제 M언니에게 언니가 최근에 만난 초등 동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언니가 짝사랑했던 친구인데, 친구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와서 만났다고 한다. 몇년 만에 만난 그 친구는 언니에게 자기의 신세한탄을다섯 시간이나 늘어놓았다고 한다. 만나서 함께 충만하고 서로의 영혼의 살찌는 대화가 있는가하면 언니가 만난 오래전 동창과의 대화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한쪽은 그걸 받아주는 대화가 있다. M언니는 정말 힘들었다면서, 공동체 밖의 사람을 만나니 오랜만에 기 빨리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공동체학교 첫날 오리엔테이션 

올해 4월부터 하고 있는 공동체학교. 오늘공동체 멤버가 되기 위해 참여해야하는 약 1년의 과정이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 대표님의 여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공동체의 목적은 행복이다. 공동체의 길은 나에게도 좋고 너에게도 좋은 보편가치, 그것을 함께 물어가며 따져가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아야 한다. 존재를 함께 학습해가는 나눔과 배움의 길. 공동체에서 최상의 행복을 찾아가려고 한다는 말,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내일, 나 혼자보다 더 여럿이 함께 행복한 길. 그것이 공동체.' 


# 소크라테스의 변론  : 옳음지혜행복의 길 

사실 소크라테스의 말이 멋지게 들리는데 그가 말하는 지혜가 과연 어떤 것이고, 영혼의 향상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너희들 돈과 명예만 생각하는데 그것 틀렸어’ 라고 말하는데 이 책만으로는 그가 말하는 덕과 지혜에 대해 파악하기가 어렵다. 나름대로 나의 해석을 붙일 수 밖에 없다.  


“위대하고 강력한 아테네 시민인 그대, 나의 벗이여 그대는 최대한의 돈과 명예와 명성을 쌓아올리면서 지혜와 진리와 영혼은 최대로 향상하는 것을 거의 돌보지 않고 그러한 일은 전혀 고려하지도 주의하지도 않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여러분이 육신이나 재산을 생각하기에 앞서서 우선적으로 영혼의 최대의 향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돈에서 덕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적이든 사적이든 덕에서 돈과 다른 좋은 일이 생긴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길이 외양만 행복한 것이 아닌,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생명과 힘이 있는 동안에는 지혜를 애구하고 지혜를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목숨이 위협받아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쯤되면 지혜를 위한 투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를 모함하는 고발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변론을 했겠지만, 16장, 17장에 이르러서는 그가 정말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느낌이다. 석공 집안 출신으로 몸도 엄청 좋았다고 하는데, 쩌렁쩌렁한 그의 육성으로 들었으면 머리를 내리치는 느낌이 들었을까? 

우리 공동체에서도 자주 오가는 말이 있다. '정신차려!' 떼를 쓰는 동생에게 손위 아이가 종종 하는 말이다. 대표님에게 잘못을 직면 받을 때도 많이들 듣는다고 한다. 오늘공동체는 이성의 힘, 사고능력을 정말로 중시한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야지’ 라는 말.  

     

소크라테스에게 있어 덕이란 영혼의 탁월함이고, 즉, 덕은 지혜, 용기, 정의 등의 덕목을 지닌 선량한 영혼을 말한다. 덕을 가진 사람은 탁월한 인격을 갖추고 있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지성과 신체를 갈고 닦아야 한다.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그것이 진짜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것. 덕(인격)을 갖춘 사람만이 좋은 삶을 살수 있다는 것. (그런데 한편으로 그를 예수와 붓다와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뭔가 바른 말을 많이 하는데 인간적인 면모는 어땠을까 궁금) 


‘이건 이거다’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공동체에서 소크라테스가 중요시 여기는 지혜, 덕이라는 가치가 우리 공동체에서 추구하는 가치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제보다 행복한 오늘을 만드는 길을 알고 있는가, 그 길에 확신이 있는가? 돈, 명예, 욕구 등 여러 요소보다 무엇보다 지혜를 갈고 닦는 길, 영혼의 향상을 내 삶의 중심으로 두고 있는가? 내 일상이 그 목적 위에 있는가? 2천 5백년전 날아온 질문이 오늘의 나에게 묻는다.      


ㅣ오늘공동체 친구들과의 책읽기 모임을 가볍게 기록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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