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가까운 게임
2016년, 저는 보드게임을 출판합니다.
디자이너들이 개발한 게임을 같이 연구하고 테스트플레이를 해보며 게임을 더 낫게 만들고, 멋진 옷을 입혀 공장에서 생산한 뒤, 우리나라와 외국에 선보이는 일 입니다. 보드게임은 디지털화된 게임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즐긴다는 것이 특징이며, 디지털게임과는 차별화된 장점입니다. 보드게임은 이진법의 숫자가 아닌, 종이나 나무, 플라스틱, 쇠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이 일이 좋습니다. 디지털게임들 처럼 큰 시장이 있는 것은 아닌데다, 그만큼 큰 자본이 투여되지도 않는다는 명백한 단점이 존재하지만 괜찮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회사의 라인업으로 스마트폰용 게임에도 뛰어들어, 디지털화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손으로 구성품의 질감을 만지고, 내 것을 손에 꼭 쥐고, 사람들이 한공간에 모여야하는, 그렇게 만드는 불편함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그 초석을 다지기 위해, 군대 제대후 올해 7월 중순 경, 영등포에 보드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냈습니다. 흔하게 퍼져있는 보드까페 같은 형식이지만, 비싼 커피설비를 들일 바에는, 기존 음료를 판매하고 욕심내지 않는게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부담없이 게임 자체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점점 실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느끼고 배우는 점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보드게임 산업을 관조하면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보드게임이던 디지털게임이던 제가 생각하는 게임은, 예술과 같습니다.
예술은, 일상을 새로이 보게 해주는 것 입니다. 같은 의자라도, 작가가 아름답게 고안한 의자를 보면, '이게 의자야?' 혹은 '이게 의자래!' 라는 말을 하게 되고, '신기해'하거나 '좋아'합니다. 이렇듯, 당연한 것을 새로이 보게 해주는 것이 예술이고,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것이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은, 만들어진 세계를 감상자가 이용하게 하는 예술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목적이 존재하며, 그 경쟁과 생존은 인생과 맞닿아 있습니다. 좋은 게임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고,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철저하게 세계를 담아야하며 잘 조각되어야합니다. 좋은 게임의 기준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얼마나 게임이 즐거운가
게임을 통해 전달해야하는 가장 큰 가치는 행복과 즐거움 입니다. 각각의 사용자마다 느끼는 관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행복과 즐거움은 가능한 많이 퍼져야 합니다. 그것이 제작자가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2. 얼마나 게임의 테마와 장치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가
게임은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사용자를 몰입 시켜야합니다. 세계관, 일러스트나 그래픽, 게임의 방식, 구성물이 어우러져 사용자에게 테마가 완벽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3. 얼마나 게임에서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하는가
우리는 생각하고, 소통을 하며 세계를, 서로를 알아갑니다. 게임이라는 각각의 새로운 세계를 통해 사용자가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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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포스팅에서 좋은 게임들을 찾아 다뤄보려고 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많은 교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