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번엔 오롯이

by 미누

너무 진지해하지 마.

그냥 웃어도 돼.


누군가의 가시 돋친 말은

널 또 작아지게 할 지도 몰라


그래도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

너를 위한 달리기인걸


서툰 시선에 풀썩 주저앉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은걸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이번엔 오롯이 너만의 레이스


온몸을 흠뻑 적시는 땀

파닥 파닥 뛰는 심장의 소리


바다에 일렁이는 물비늘

하늘에 흩뿌린 양털 구름


지친 그림자마저 안아주는

길 위에 펼쳐진 그림 같은 세상


사뿐사뿐

터덜터덜

또각또각

저벅저벅


조용한 세상을 깨우는

네 발자국 소리들


흔적 없는 세상위에

아로새기는

오롯한 너만의 레이스









모든 일을 잘 할 필요도 없고, 모든 이의 말을 다 들을 필요도 없고, 세상에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다 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일을 다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고, 모든 사람의 말을 다 듣는 사람도 없으며, 세상에 할 수많은 책임을 다 해내는 사람도 없다.


모든 과목을 다 잘 해내야 하는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도, 우리는 끝도 없이 너무 많은 것들에 진심을 다 하고 산다. 그래서 세상이 잘 돌아가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덜어낸다 하더라도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때는 너무 지쳐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나를 잃으면서 가기엔 인생이 너무 짧고,

나를 너무 늦게 채우기엔, 몸은 세월에 지고 만다.



좀 느리게 가도, 그래서 누군가가 나더러 뭐라고 좀 해도, 길도 점 어긋나도, 그래서 남들 보기엔 위태해 보여도, 그래도 괜찮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그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에 정해진 속도와 리듬이 아닌, 자신만의 박자를 타고 자기와 행복한 레이스를 펼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브런치를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