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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나인걸

by 미누


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나라는 사람


나 빼고 다 바꿀 수 있다 해도

나는 바꿀 수 없음을.


내가 내가 아닌 인생을 사는 게

바로 위선이고 모순이라는 걸,


아니 그 전에

너무 슬픈 일이란 걸,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아주 오래 동안

내가 내가 아니어야 한다고 믿었었던 건 아닐까.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지만

나는 그러했고,


내가 그렇게 옹졸하게 굴지 말아야 했지만

나는 그렇게 옹졸했으며,


내가 마치 내 자리가 아닌 듯 불편해도

아닌 척 하느라 웃었다는 것을


나는 그런 나를 변명하느라

혹은 그런 나를 미워하느라

너무 오래 내가 내가 되는 걸 막고 있지는 았았을까.



내가 내가 되는 길을 도저히 막을 길은 없었음을 알아 챈 후에야

내가 나여도 되었던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자유고,

그것만이 유일한 안식임을 안지 얼마 되지 않은 초심자로서


내가 실수하고 서툰 한 인간이고

남과 다른 나임을

인정하는 것이 더 빠르고 쉬운, 그리고 더

성숙한 길이라는 서툰 충고를 건내지


그게 나인 걸,

어쩌라고.


그래, 이게 나인 걸.

하지만 내가 나이지 않은 척 하느라

결국 그 먼길을 돌아 왔노라고


나는 이제 이렇게 어리숙하고,

반쪽 짜리 마음을 가진 어린임을


스스로에게 고백하는 자조의 시간에

슬며시 마음에 살이 차오른다.


맞지 않는 몸통에 들어가려 뼈를 깍지 말고

내게 맡는 통을 다시 짜며, 기우고, 때우고, 때로는 때려 부수며

그렇게 엉망으로 살다가보면


다시 내 옷을 입고,

그렇게 바라던 나의 자리를 찾아갈까.


그래, 오늘도 내가 할 일은

내가 나로 태어나서 고마워.

내가 나여서 참,

다행이야.


지금이라도 수줍은 고백을 해 내는

작은 용서,

그리고 큰 용기.


나를 사랑하는

먼 여정에

조그만 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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