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하자'는 말은

by 미누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은

실은 네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이고,


‘같이 밥 먹자’는 말은

너와 나란히 앉아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 들며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뜻이다.


나는 네가 있는 이 보통의 시간이 참 좋다.

그 시간이 영원할 순 없어도


너와 백만 번의 커피를 마시고

너와 천만 번의 밥을 먹을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수수 흩날리는 벚꽃 같은

나와 너의 보통의 날들.


언젠가 그 꽃잎들은 다 지겠지만

우리의 봄도 끝이 나겠지만


거대하게 빛나는 영원과

짧아서 더 간절한 시간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널 만날 이유를 만든다.


아직 가보지 못한 식당들이 많아 얼마나 다행인지,

마시지 못한 커피들이 많아 얼마나 다행인지.


너를 만날 평범한 이유는

아무리 써내려가도 끝이 나지 않아

그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너는 알까.


언젠가 그리움으로 남을

벚꽃 흩날리던 봄날


산을 물들이고

대지를 적시던 그날들.


그 날들이 바로 오늘이라는 걸

너는 알까.









불행이 닥치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누군가가 그랬다. 불행은 행복 중에 소리없이 뒤에서 우리의 등에 칼을 꽃는 법이라고.

불행해서야 행복했음을 아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음을 아는 것은 조금 슬프다.


예전에 읽었던 안네의 일기에서 그녀는 살아 생전 다시 오지 못한 평범했던 하루 하루를 그리워 하고 있다.

당당하게 드나들었던 문, 평범한 저녁식사, 가족들과 외출, 친구들과의 만남...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일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늘 곁을 내어주는 고마운 사람들과 만날 여러 가지 핑계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런 일들이 시덥지않게 느껴지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거대한 꿈을 위해 소중한 내 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상보다는 현실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만 싶다.


‘새로운 커피집이 생겼던데...가볼래?’


쑥스러워 보고 싶었다는 말보다는 편한 흔한 핑계들.

그런 작은 만남의 이유들을 종이에 고이 적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걸.


내 인생의 봄이 다 가기 전에, 이 계절의 호사를 고맙게 누리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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