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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우 Aug 09. 2016

내일 알고 있을 걸 오늘 안다면?

위 제네레이션, 독후감.


책은 공유, 협동, 재활용을 통한 소비 방식의 변화와 소유의 정의 변화를 얘기하고 있다.

엄마가 키운 무농약 친환경 쪽파라 몸에 좋고 비싸게 마트 가서 사지 않고 직접 키웠기 때문에 돈도 적게 들었는데다가 옆집 엄마가 키운 감자랑 교환해 먹기 때문에 지나친 소유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화폐 같은 폐해를 거치지 않는 가치 교환의 진정성도 가지고, 개인 소유 정원이 아니라 옆집 엄마, 뒷집 엄마 모두 함께 모여 만든 곗돈으로 뒷산을 빌려 밭을 만들었기 때문에 비싼 뒷산을 개인이 사는 부담 없이도 밭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소비와 소유 방식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미래, 새로운 삶에 대해 얘기하고, 예견하고 잇다.


책은 희망적인 실제 성공담에 낭만적인 해설을 덧붙여 설득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폐해와 구시대의 유물을 뒤로하고 마치 창조경제와 같은 느낌으로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합리적이고 상생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태어났는데, 그게 굉장히 미래지향적이고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크게 성공했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10년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식이다.


책은 공유와 상생을 통한 건전한 소비와 소유 방식의 변화가 미래를 지배할 것으로 얘기한다.

수백만 년 전의 수렵 생활과 할아버지 세대까지 이어져온 상리공생과 호혜주의가 과도하게 개인주의적인 최근의 사회 때문에 끊겼지만 인간과 사회 구성의 본질인 공유와 상생이 다시 돌아와 미래를 새롭게 구성할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이기적인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종 선택지는 상생과 협력뿐임을 강조한다. 최근의 개인주의적인 사회가 이러한 흐름에서 일탈이나 예외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책은 지난 일을 돌아보며 앞을 보여주고 있다.

성공한 기업인이 강연에 나서서 말하듯, 지난날의 어려움을 극복한 처절했던 경험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 있다.

미래를 보는 나 vs 과거를 보는 빌게이츠

과거를 말하는 것은 쉽다. 결과를 알고 있으니 복잡한 수식이나 수많은 변인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어도, 모른 채로 넘어갔던 일들이 있어도, 다른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도, 현재를 만든 과거에 대해서 생각나는 대로 말해도 그럴싸하다.

빌 게이츠가 다시 태어나도 성공할까 생각해보면, 나는 좀 의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겨났던 X for AirBnB들 모두 잊힌 서비스가 된 것과, 수백 개씩 생겨나는 똑똑한 사람들의 사업이 고꾸라지는 이유가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모르는 게 있었기 때문일까.

사용자의 안전에 위협이 있어 사용자들의 불안을 야기시켰던 일, 흑인 게스트를 거르는 호스트들로 인해 인종 차별 이슈 뉴스로 AirBnB가 겪은 일들에 대해서 말하는 대신, 만 건 이상의 거래 동안 도둑 한번 없는 신뢰와 안전을 얘기하는 책이 말하는 다음 10년의 "위 제네레이션"을 받아들이기는 조금 께름칙하다.


책은 공유와 협력에 기대야 하는 개인주의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화폐가 아니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접근은 특권이 되고 소유는 짐이 된다고 말하며 성선설 같은 희망에 들떠있지만 소유나 특권, 과시와 권력, 관계 사이에서 인간이 좋아하는 탐욕과 잔인한 모습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명품 소비가 많은 이유가 공유와 협력,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아니잖나.


시대가 급변하는 양 묘사하며, 중앙집중 방식의 통제를 받는 소비 지상주의에서 공유하고 모이고 개방하고 협력하는 소비 방식으로의 이동이 구식에서 신식으로의 이동이라는 단순한 표현을 하지만, 쿠팡이 공구 중계에서 쇼핑몰로 넘어가는 과정, 중고나라가 규모 불어나면서 광고 달고 기업 스폰 받는 과정, 8퍼센트가 채권 재판매 같은 파생 상품 만들기 시작하는 과정이 구식이라고 해야 하나, 구식이라서 이제는 그리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야 하나. 미래에 생겨날 기업들은 죄다 무슨 사회적 기업 뭐시기인가.




이 책은 다시는 이런 류의 책은 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던 시크릿을 생각나게 했다. 

긍정적인 생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야 당연히 좋지. 누가 모를 수가 있나. 밑도 끝도 없이 대단한 비밀인양 파지티브 씡킹 짱짱맨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성공한 사업의 아이템이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것이지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동굴 벽화에 "요즘 어린것들 버릇없다."라고 쓰여있단 말처럼 뭔가 새롭다 달라졌다 말하는 것들 중에 정말로 새로운 것들이 있을까 싶다. 공유 경제나 O2O 같은 키워드로 팔리고는 있지만 이름을 새로 지었을 뿐이지 새로운 개념도 아니었고 한풀 꺾이는 모양도 그렇고 덩치 불리는 모습도 중앙집중 방식의 통제를 받는 소비 지상주의에서 크게 벋어 나는 모양새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요즘 세상 협력과 공유, 소비, 소유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기도 힘들다. 성공 사례와 성공의 원인 또한 지나치게 많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피드, VC들 보기 좋게 모아놓은 스타트업 리스트들, 각종 강좌에 연설에.. 

스타트업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로 잘 포장되어서 돌아다니는 똑똑한 사람들의 경험담들을 검색어 몇 개 생각하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두 번째 아이템으로 성공했단 얘기들, 스타트업의 주요 성공 요인에 운과 타이밍이 뽑히는 이유, 아이템은 보지도 않고 파운더가 누구냐에 따라 투자를 하는 VC도 있다는 사실들을 봐라.

아이템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대부분 좋은 아이템인 건 기본으로 깔고 간단 얘기에 가깝다.

아이템보다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운, 타이밍, 자본, 인맥....


내가 다이어트 방법을 몰라서 살이 찐 게 아니다.




위 제네레이션, 제 점수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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