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여자를 생각하면 우주인이 되는

9_cosmic love_

by Daniel Josh


우주인도 사랑을 한다.
차가운 기계와 까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에도 대뜸 로맨스가 끼어들듯.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와 반짝이는 은하수 같은 사랑을 흘려냈다.
그녀는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단지 상상을 했을 뿐이니까.
그렇다. 짝사랑인 것이다.

그녀에게 반했던 것은 별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조그맣고 살찐 손을 보면서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그녀의 손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이런 말을 할 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포커페이스가 중요한 것처럼.
사심이 없는 듯,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심하게 흐르는 듯한 질문을 한다.

그 순간, 이방인이 되지 않기 위하여 그렇게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나는 그런 고민을 하면서 이방인이 되어있었다.
속마음은 우리 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좁혀지길 원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좁혀지길 원하는 마음이 들키면 안 되는 것이었으므로.

보통 타이밍에서, 얼굴 표정에서, 뉘앙스에서, 목소리에서
그런 것들이 간파당하기 마련이다.

“너 손좀 줘봐.”

다섯 음절 밖에 안 되는 한 문장.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말을 이루는 테두리와 뉘앙스를 보았을 때 어떤 위화감이 들면
그것으로 실패다.

그저 흘러가는 은하수처럼 가만히 다가간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그러하듯.
시선의 자연스러운 이동.

세밀한 감정이 스며들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템포로 스쳐 지나가야 한다.

“아니 내 손을 왜?”

그에 대한 대답은 “그냥.” 최대한 무심하게.
왜 무심해야 할까? 레이더망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
정말 관심이 없어서 스쳐 지나가는 질문이거나,
너무 낯설지는 않은 거리의 일상적인 접근 정도가 좋을 것이다.
무지 차가운 온도와 빠른 속도, 혹은 미디엄 템포에 미적지근한 온도.
그게 아니라면 어느 것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꼭 나의 그녀는 그랬다.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다고 믿지 않는 듯한 믿음을 유지하는 이들 말이다. (물론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
그들 앞에서는 어떤 [수상한 행동]도 취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너의 조그맣고 살찐 손을 잡았다.
멀리서 본 것만큼, 내 손과 맞닿은 너의 손은 작았다.
언제부터 였을까 그런 손을 좋아하게 된 것은.

이성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익숙하지 않았다.
티가나고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그런 방식의 것들.
감각에 무지했고 감정에 충실했던 이방인 소년.

자주 어떤 이성에게 흠뻑 빠지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소년이었다.
반대로 그는 사람들에게 사랑에 관한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것이 두려웠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 눈치가 없는 사람. 촌스럽게 느껴지는 사람.
순수하지만 매력은 없고 부담스러운. 그것이 나아가서는 혐오의 대상까지 되는.

그런 가십거리들은 인기가 있다. 어떤 최악의 대시에 대하여 떠드는 것.
“와 진짜 그건 아니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에서 매번 성찰하곤 했다.
사람들과 나는 너무도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방인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이방인 소년의 짝사랑은 순수하다. 사랑밖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끔찍하도록 순수하고 의존적이라서 결국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땀이 흥건한 손으로 소중한 물건을 건드릴 때, 이내 미끄러져 떨어뜨리는 것처럼.

순수한 감정의 발로는 뛰어난 문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꿈도 아닌데, 기록해두고 두고두고 꺼내 열어보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들 지경이었으니까.

아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곧 휘발되는 예술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직관으로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방인 소년의 사랑은 늘 실패로 돌아갔고
문학적 상상력과 소설집은 한쪽에 켜켜이 쌓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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