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Josh Jul 19. 2021

제가 38년을 아팠는데요

혀가 길구나, 빨리 일어나서 걸어가라

2021.01.12 말씀묵상


[요5:6-9]

6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래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7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8 예수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9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 이 날은 안식일이니


예수님의 사역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바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같은 장면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드래곤볼 손오공의 변신 장면/ 출처:네이버이미지

우리가 흔히 TV에서 많이 보는 그런 기적의 순간들은 보는 재미가 있도록 많은 연출을 기한다. 기적을 위해 필요한 위기와 요구되는 많은 대가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기적 내지 마법이 일어날 때의 눈부신 장면효과 등등이 있다. 이런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라 그런지 이렇게 볼것없는(?) 예수님의 심플한 사역이 오히려 독특하게 느껴진다.


홍해의 기적 / 출처 : 네이버이미지

사실 성경에서 보여주는 모든 일들이 이와 같지는 않다. 모세의 기적만해도 파도가 양옆으로 갈라져 뭍이 드러나는 엄청난 광경이다. 빛나는 광채를 드러내어 하나님을 보는 이들이 엎드려 압도되는 장면도 있다.


불타는 떨기나무 / 출처 : 네이버이미지


모세를 처음 부르시는 하나님은 타오르지만 없어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여주시기도 했다. 그런 능력이 없어서 못보여주시는 예수님이 아니시다. 그렇다면  이런 장면들의 나열이 놀랍게도 예수님의 사역의 주요한 특징이   밖에 없었을까. 나에게 시사하시는 의미는 무엇일까.


38년간 물에 들어가지 못해 죽어가는 병자가 예수님을 만났다. 힘겨웠던 그의 일생만큼 드라마틱한 어떤 반전이 있을거라 말씀을 듣는 이들은 기대한다. 그러나 그 다음 구절은 마치 이자가 꾀병을 부렸던 것 마냥 기운이 빠진다. 예수님이 낫고싶으냐 물으신 뒤에 네 자리를 들고 일어서서 가라. 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그 병자의 질병이 고쳐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어떻게 보였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일어나서 간다. 사연에 비해 해결과정이 지나치게 짧고 단순하다. 이게 뭘 의미할까?

인생의 많은 장면들은 사실 동어 반복, 지루하다 / 출처 : 구글이미지

인생의 많은 장면들은 사실 동어반복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에서 보는 장면들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현실의 인생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사실 그렇다. 우리는 많은 기대를 한다. 인간의 기준에서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 눈으로 보여지는 놀라움들, 흡인력있는 스토리와 납득이 가는 어떤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과 질서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보고 놀라워하기 좋은 서커스와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세계의 본질이고,  존재 기반에 맞닿아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존재는 놀라운 신비지만 그것이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다기 보다는 수수하다는 수식이  어울린다.


자연스러운 . 세상의 질서를 창조하신 주님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인간의 고질적인 교만죄에서 비롯된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사역은 평범해보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많은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예수님의 사역은,  분이 높임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낮아짐을 통해 생명을 구원하기 위한 화목제 사명을 지시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굳이 안식일에 병자에게 명령함으로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될만한 일을 하신 이유도 이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사역은, 수많은 동일한 순간의 연속 속에 찌들대로 찌든 인간에게, 그것을 믿어 변화를 맞이할  있는지 선택권을 주신다. 38년을 아픈 병자다. 그런 그가, 처음보는 이의 ‘일어서서 걸어가라라고 하는 말을 들을 ,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뭘까.

일어나 돈벌어야지 짤 / 출처 : 구글이미지

그걸 내가 못해서 이러고 있는데,  사람이 누구길래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걸까. 예수그리스도가 탁월하신 점이 여기에 있다. 다른 무엇을 시도해보라는 이야길 하시지 않는다. 그냥  기존의 질서속에 누구보다도 약하게 살아왔던 인간을  아시면서 뻔한 해결책을 믿음으로 실행해보라고 권하신다.


 부분이 가끔은 매우 야속하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회개하기 싫은 죄를 품고 있으면, 바로  죄를 꺼내어 불태우고 돌이키라고 이야기하신다. 사랑과 온유함으로 나를 위로하시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하시는 말씀은 결코 우회되거나 변질되지 않는다. 돌직구다.

맥날짤 / 출처 : 구글이미지

38년된 병이 있어도, 그가 말씀하시니 어떻게 하겠는가. 낫고싶으면 일어나서 걸어가라니. 전적으로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니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일어나서 걷는다. 그러니까 놀랍게도, 걸어진다. 그게 믿음이 가져오는 놀라운 변화다.


바로 어제까지 앓는 소리, 죽는 소리를 하던 사람도, 그리고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건, 얼마나 오래되었건, 그런 것들은 예수그리스도의 위대하심에 비하면 전혀 중요한 것이 못된다. 그리고 그게 믿음이다.


나는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낫다. 문제는 항상 나에게 있다.  스스로를 너무나 고치고 싶었고,  문제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여전히 사람을 사랑하지 못해 괴롭다. 당장의 문제가 해결되어도,  다른 문제를 앞에두고 욕망에 고문당한다. 시험을 통과하고 나서  이렇게 우울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보면 사이즈가 나오지 않는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 / 출처 : 슬램덩크

그러나 이런 모든 문제들을 안고 살아도, 믿음으로 가는 길에 두려움은 없어야 하겠다. 당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계속 비틀비틀 걸어가게 되더라도, 예수님은 이런 나를 이미  알고계신다. 어쩌면 어떤 고통을 당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게 될지, 뻔히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가게 하실것이다. 포기를 모르시는 분이기에.


그럼 나는 그분을 신뢰하는  밖에 방법이 없다. 괴롭지만 이제는 바울이 말했던 풍요하나 빈곤하나 믿음으로 능히 견디는 일체의 비결이라는게 무엇인지 조금은  것도 같다.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은 답없는 인생을 불쌍히 여겨 변화시켜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끝으로 이렇게 묵상할  있음에 감사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철없이 믿는 믿음이 그 분을 기쁘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