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나의 인생을 적어나간다
나는 활자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초·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도서관에 가는 시간만 되면
고민 없이 만화책을 골랐다.
그마저도 읽고 싶지 않아 했으니,
내 인생에 ‘독서’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내게도 활자가 눈에 들어온 순간이 있었다.
바로 고등학교 2학년, 열여덟 살 무렵이다.
인간관계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평소처럼 길을 걷다
문득 서점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책들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나는
에세이 코너를 발견했고,
끌리는 제목의 책 한 권을 펼쳤다.
그렇게 첫 문장을 읽어 내려가며,
내 나이 열여덟,
독서와 지독하게 얽히게 되었다
그날 이후,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우울할 때면
책에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타인에게 감정을 털어놓으면
내 우울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고,
무엇보다 감정을 말해도
내 마음 속은 좀처럼 맑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책 속 인물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환경, 그들만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는 건 큰 위로였다.
책을 읽으며 화자와 나를 겹쳐 보게 되었고,
에세이에서 시작된 독서는
자기계발서, 소설, 철학, 인문학으로 점점 넓어졌다.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가리지 않고 읽었다.
읽다 보니, 쓰고 싶어졌다.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존경심이 싹텄고
“나도 언젠가 책을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처음은 블로그였다.
‘내 감정을 담은 글’이 부끄러워 비공개로 썼지만,
계속 적어나갔다.
쓰다 보니 내가 몰랐던 나의 빈칸이 보였고,
생각지 못한 장점도 발견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와 친해지고 있었다.
그 무렵, 새로운 공간을 알게 되었다.
원하던 ‘작가’가 되어 내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곳.
매력적이라 여겨, 그동안 써 온 글로 작가 신청을 했다.
며칠 뒤 도착한 메일 한 통.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그토록 바라던 작가가 되었다.
글은 내 꿈을 키워주었고,
무엇보다 지금의 감정도
언젠가는 무뎌진다는 걸 알려주었다.
우울한 날들을 적어 내려갈 때는
끝나지 않는 동굴 같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어보면
그토록 힘들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은 흐른다.
힘든 감정도 결국은 흘러가 휘발되고,
언젠가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사라진다.
글은 이렇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내가 책에서 위로를 받았듯,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날들을 적는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붙잡기 위해.
내가 겪고 느낀 모든 날들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