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엄마의 요즘 고민
이번에 강아지 편을 쓸 때는 꼭 날짜를 지키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을 한 것이었다. 또 강아지와 함께 살면서 방생하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이 글쓰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서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실제로 일을 할 때, 산책을 다닐 때, 글의 주제나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하며 미리미리 내용을 대충 메모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운동을 정말 좋아한다. 과거 직장 스트레스도 운동으로 풀었고, 오래전에 음식 섭취에 있어서 심리적인 치료도 받았던 터라 몸무게가 느는 것에 대한 강박이 심했는데, 이를 치료해 준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운동이었다. 홈트를 오래 진행했었고, 걷기 운동은 거의 달인이며, 등산도 좋아해서 주말마다 산을 오르내리곤 했다. 다행히 이렇게 운동을 하는 습관 덕분에 기쁨이를 키우는 것이 내겐 크게 힘이 드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13년을 어린아이들 관련 일을 하였다. 매일 고개를 숙이고, 15킬로 넘는 아이들을 번쩍 안아 들고, 놀아주다가 크게 다치기도 하면서 이 시간들을 보냈다. 오래전 동료가 엄마가 되면서 한 말이 있다. [ 우리 반 애들 덜 안아줘서 내 아기 더 많이 안아줄 걸]라고 말이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근데 이제는 너무 잘 안다.
초반에는 그냥 미세한 통증으로 시작했다. 통증이 있는 시기도 짧고 회복도 빨라서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었다. 그럴 때마다 이미 완전히 허리가 망가진 선배 동료들은 내게 말했다. [ 절대 무서운 거 들지 말기][허리 자주 숙이지 말기] 여기저기서 허리 디스크 환자가 정말 속출했다. 다들 어디가 터졌다는 중, 수술을 고민 중이라는 둥 그때마다 나는 그래도 운동을 하니 괜찮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정형외과의들이 보았을 때, 내 허리는 완연한 s자이고 앉고 걷는 자세가 아주 바른 편이라고 한다.
결혼 직전에 이제껏 느껴본 적이 없는 통증을 접하며 눈을 뜬 아침이 있다. 정말 혼자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하고 눈물을 연신 닦으면서 병원으로 겨우 기어가듯이 걸어갔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누워있고 하면서 직장에는 사정사정하여 3주가량을 쉬었다. 드레스 투어 때에도 여기저기 부황자국에 세상 핏기 어린 얼굴이라서 사실 그날 찍은 사진을 보면 속상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옴짝 달짝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상당히 공포스러웠다. 화장실을 갈래도 발을 디딜 때의 통증이 무서워서 일부러 참았던 적도 있다. 그래서 아픔이 겨우 사그라들기 시작한 이후로는, 두 번 다시 그 통증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의사는 디스크 소견이 사진 상에선 보이지 않으니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결혼 후에도 주기적으로 통증은 찾아왔다. 다행히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무리가 크게 있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움직이지 못할까 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코어 운동도 누구보다 열심히, 걷고 가벼운 조깅도 열심히, 걷는 자세도 더욱 신경을 썼다.
그런데,
며칠 전, 그 통증이 찾아왔다. 그때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 그 통증이. 믿을 수 없었다. 내가 그간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고작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사진을 찍고 큰 문제는 없다는 소견을 받았었는데 이 무슨 일인가.
이번에 새롭게 간 병원의 선생님은 미리 사진을 확인하시고 내 허리를 이리저리 눌러보셨는데 어쩜 아픈 곳만 골라서 그렇게 귀신같이 잡아내시는지.. 너무 신기해서 [선생님 진짜 귀신이시네요!] 했더니 선생님은 웃으면서 [제가 귀신인 게 아니라 사진을 봐도 거기가 아픈 게 보여요]라고 하셨다. 그러고 마주한 내 척추사진. 작년만 해도 보이지 않던 부분이 한눈에 보인다. 다른 곳에 비하여 한 부분이 유독 눌려있었다. 선생님은 내가 그간 아픈 통증들은 전형적인 디스크 환자의 증세라고 하셨다. 디스크라니..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진단이 내게 내려졌다. 4.5번 디스크. 척추가 너무 바른 s 자라서 좀 의외라고 하시며 그날로 나는 주사 치료 및 물리치료를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주사가 이리 아픈 줄도 몰랐고, 주사 맞고도 이리 계속 아픈 줄도 몰랐다. 지금도 뒤에 허리 베개를 하고 침대에 앉아서 쓰고 있다.
숙이면 죽겠고, 그래서 물건을 떨어트리면 주울 수도 없고, 바닥이나 딱딱한 곳에 앉아있음 더 죽겠고, 오로지 눕고 서 있는 것만이 가능한 생활이 와버렸다. 그래서 오래 앉아 글을 쓸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여기에 약속한 날짜에 글을 딱딱 올리는 게 어려워졌다. 맨날 누워서 허리 관련 영상을 열심히 보고 약 먹고 자고.. 일을 나갈 때는 정말 각오가 남달라야 한다. 그래도 걷기 운동은 반드시 한다. 걷기까지 안 하면 그야말로 근력도 뚝뚝 떨어질 거 같아서이다.
살이 쪄도 안 되고, 숙여도 안 되고, 무거운 건 절대 안 되고, 안 되는 것이 참 많기도 하다.. 엄마한테는 차마 너무 아프다고 말도 못 하고 괜찮다고 하긴 하는데 지난주 나는 헬스장 러닝 머신 위에서 천천히 걸으면서도 울었다. 너무 속상하고 아파서.
주사맞고와서 씩씩하게 남편과 걸으며 장난도 치고 했지만, 사실 주사맞는 것도 이후의 뻐근함도 너무 아프다. 맨날 아프다는 것도 듣는 사람도 지겨울꺼고 엄살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라 정말 죽겠을 때 말해본다.
오늘부터는 저녁 줄이면서 내 몸무게를 줄여보기로 했다. 결혼 전보다 한 2킬로 늘었는데 그것도 영향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뭐라도 해본다.
디스크가 이런 건 줄 몰랐다 진짜.ㅠㅠㅠㅠ
이런 걸 말할 사람도 없고 붙잡고 말을 하는 것도 웃기고 그래서 그냥 여기다가 주절주절 해본다.
그래도 힘내서!